극초단파로 전자장비 무력화…스텔스·자폭 기능으로 흔적 無
미군의 ‘적 전자장치를 파괴하고자 미사일에 탑재하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 CHAMP. [사진 제공 · 미국 공군]
2월 2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관 세미나에 참석한 존 하이튼 미군 합동참모차장이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 “미국의 국가 미사일 방어 능력은 현재 중국, 러시아, 이란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북한을 꼽고 있으며, 그에 대응해 미사일 방어 전략을 짜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1월 미국 국방부는 국방정보탄도미사일분석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종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중국·러시아 아닌, 북한 미사일 방어에 초점”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한국군의 대응 방침은 ‘킬체인(Kill Chain)’ 시스템이다. 감시정찰 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해 발사 직전 제거하는 개념이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스커드 헌팅(Scud Hunting) 작전을 벤치마킹했다.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린 액체연료 미사일의 경우 발사 지점에서 20~40분간 액체 산화제를 주입한다. 이런 징후만 사전에 포착한다면 발사 직전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노후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 방식의 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 킬체인 가동에 필요한 여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이튼 차장은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전략사령관을 지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모를 리 없다. 그가 말한 ‘발사의 왼편’이란 ‘발사 준비 단계’가 아닌 그것보다 이전 단계를 뜻할 공산이 크다. 도발 징후를 포착하면 바로 선제 타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북한의 반격이라는 리스크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전략 타격 능력을 무력화할 ‘가공할 신무기’를 준비한 이유다.
美, 괌에 폭격기 BTF 배치
미군이 준비한 신무기 중 주목할 것은 JASSM-ER에 탑재되는 장치다. 미군은 ‘CHAMP(Counter -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로 명명했다. 직역하면 ‘적 전자장치를 파괴하고자 미사일에 탑재하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다. HPM(High Power Microwave) 무기는 일종의 ‘초강력 전자레인지’다. 매우 높은 출력의 극초단파를 쏴 금속으로 된 적의 전자장비를 말 그대로 태워버린다. CHAMP는 HPM을 미사일 탄두에 장착한 무기로, 극초단파를 여러 차례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상대로 선제 타격에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미군 B-1B는 북한 레이더망 사거리 밖에서 JASSM-ER 미사일 24발을 투발한다. 미사일이 북한 영공에 도달해도 스텔스 기능 덕에 방공망에 걸리지 않는다. 목표 지점 근처에 도달하면 상공을 천천히 비행하면서 표적을 향해 HPM 공격을 가한다. 그 어떤 폭발이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공격이다. 북한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다. 하룻밤 사이 북한의 주요 지휘통제 시스템과 미사일 시스템은 초토화된다. 임무를 완수한 JASSM-ER가 먼바다 상공에서 자폭하면 작전 수행 흔적도 사라진다.
북한이 오판할 경우 미국은 즉각 발사의 왼편을 타격할 것이다. 최신 병기가 평양 하늘을 가르면 북한이 자랑하던 핵미사일 발사 체계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