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첫 발견한 조제열 서울대 수의과교수
지난 1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사람에게도 전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시중에는 코로나19를 예방해준다며 반려동물용 방역마스크까지 등장했다. 국내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첫 발견한 조제열(55) 서울대 수의과교수는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겼다는 사례는 없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정말 적은가.
※국내 반려동물의 코로나19감염 1호는 1월 19일 동물용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에서 양성 결과를 보인 5년생 수컷 프렌치 불도그다. 이 동물은 별도기관에서 실시한 두 번의 PCR 결과에서도 모두 양성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OIE는 ‘동물에서의 코로나19감염’이란 자료를 통해 개와 고양이 모두 자연과 실험환경에서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사람에게 전파시킨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하는데 4건이면 생각보다 굉장히 적은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전수조사나 검사를 다 해보지 않아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다. 사람은 조금이라도 증상을 보이면 스스로 검사를 받고, 확진자와 동선만 겹쳐도 검사를 받도록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증상이 거의 없다보니 아직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질병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창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동물용 진단키트를 만든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정부가 지금은 확진자와 접촉하고 의심증상을 보이는 반려동물만 검사하도록 하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이 좀 진정되면 상황을 봐서 동물까지도 검사를 넓힐 필요가 있다.”
―증상이 별로 없거나 경미한 것은 왜 그런 건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동물 몸에 들어갈 때 ACE2라는 수용체에 결합해 들어가는데… 쉽게 말해 사람 쪽 수용체에 더 잘 달라붙게 최적화돼있다. 반면 동물은 같은 ACE2라도 구조가 사람과 조금 달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달라붙기는 하지만 잘 붙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좀 어려운데… 더 쉽게 말하면 사람과 동물 몸에 있는 일종의 찍찍이에 달라붙어 들어가는데 사람 쪽 찍찍이는 잘 붙고, 동물 쪽은 잘 안 달라붙는다는 건가.) “말하자면 그런 거다. 전혀 안 들어가는 건 아니고. 반려동물 중에는 개보다 고양이가 좀 더 잘 붙는다.”
※미 CDC는 반려동물의 코로나19감염 증상을 발열, 기침, 호흡곤란, 혼수상태, 재채기, 구토, 콧물, 눈곱, 구토와 설사 등 9가지로 정의했다.
―밍크는 왜 집단 감염된 건가.
※지난해 4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덴마크 등의 밍크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덴마크에서는 일부 밍크농장 근로자들이 밍크로 인해 코로나에 감염되자 지난해 11월 자국내 1700만 마리의 밍크 모두를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반려동물용 코로나 방역마스크라는 게 시중에서 개당 5000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글쎄… 동물을 얼굴 모양이 사람과 달라 마스크가 밀착이 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아마 관련 기관에서 동물용 마스크를 허가해준 적이 없을 거다. 동물용 약이나 진단키트 같은 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기관인데, 우리가 이번에 검사한 동물용 코로나 진단키트도 전례가 없어 이제 규정을 만들면서 허가를 받고 있으니까. 효과도 알 수 없는 동물용 마스크를 씌우는 것보다는 사람이 마스크를 잘 쓰고, 애견카페같이 밀집된 공간에는 가지 않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