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수 대구지방법원장
황영수 신임 대구지방법원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에서 사법 행정 서비스의 질이 가장 좋은 법원, 가장 신뢰받는 재판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직원들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다루는 판결을 하면서 항상 정성을 쏟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뜻에서 ‘무성무물(無誠無物)’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임기를 시작한 황영수 신임 대구지방법원장(56·사법연수원 23기)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소속 법관과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 지역민들에게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구지법은 최근 개인 파산이 증가하는 등 업무가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탓이다. 개인 파산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전국 평균 6개월보다 3개월 이상 긴 9개월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판이 원활하지 못해 장기 미제도 늘고 있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현재 민사 242건, 행정 41건, 형사 29건, 경매 26건 등 338건이 쌓여 있다.
황 법원장은 구성원들에게 법원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말할 때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사법부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 정신을 내세운다. 그는 “민사 소송에서 판사의 증거 신청 불응과 특정 변호사 편향을 언급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재판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법원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재판에 승복하지 못해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치면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신뢰를 회복하려면 친절하게 절차와 상황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황 법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민원인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절차적 만족도부터 높이는 것이 믿음의 첫걸음”이라며 “특히 법관들은 쌍방의 증거 신청에 충분히 응해주고 일반인들이 생소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법원장은 평소 ‘공평’과 ‘정성’을 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는다. 그가 앞으로 대구지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법원장은 “가장 위대한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가슴에 품고 있다. 물은 위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수평을 이루고 모든 곳을 적신다. 상황(그릇)에 따라 변하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다. 이 같은 철학을 실천하는 법원을 꼭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