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빅테크, 전략적 협업
“국내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네이버와 방대한 데이터 기술력을 가진 금융테크인 현대카드가 손을 잡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네이버와의 협약식에서 “양 사는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카드는 2015년부터 이마트, 스타벅스, 대한항공 등 11개 기업과 함께 PLCC(상업자 전면 표시카드)를 선보였지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기업과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시장을 넘보는 경쟁 상대인 빅테크와 전략적 협업을 통한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빅테크 이용 고객들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내놓아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인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네이버, 카카오페이의 이름이 걸린 신용카드(PLCC)를 내놓기로 했다. 현대카드와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7∼12월)를 목표로 ‘네이버 카드’ 개발에 나섰다. 네이버 카드는 네이버페이 이용 시 적립 혜택을 지급하는 구독형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특화된 혜택을 줄 예정이다.
PLCC는 특정 기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해당 기업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사와 기업이 함께 개발하고 비용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가진다는 게 단순 제휴 카드와 다른 점이다. 자주 이용하는 기업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당초 빅테크와 핀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은 카드사들 입장에서 큰 위협이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빅테크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카드업계 일각에선 “후불결제 시장의 주도권까지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계열 카드사인 KB국민카드는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 ‘KB페이’라는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했고, 신한카드도 실물 카드 없이 터치만으로 결제하는 ‘터치결제’를 선보이는 등 결제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들은 빅테크·핀테크와의 연합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