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기동훈련 없이 연합훈련
한미 연합훈련이 8일부터 또다시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되면서 군 안팎에서 한미연합군의 전투준비태세 약화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9년부터 3년째 병력과 장비의 실제 투입 없이 장병들이 컴퓨터 화면으로 모의훈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전투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미는 매년 4월 실시하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을 2019년부터 폐지했다. 이후 예하 부대의 기동훈련은 사실상 대대급 이하로 규모가 간소화됐다. 미군과 우리 육군의 포병·보병·기갑전력이 참여하는 연합화력훈련도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는 소규모 기동훈련은 물론이고 시뮬레이션 참가 병력의 규모마저 더욱 축소됐다. 군은 2019년 독수리훈련을 폐지하면서 2018년 시작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뒤 정부 내부에서는 3월 연합훈련의 연기나 규모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미군 내부에선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이 이뤄지지 않아 연합 방위태세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만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현 상황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