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미국 워싱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7일(현지 시간) 타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 복원 방침을 천명하며 취임한 지 46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양국이 관계의 중대 걸림돌을 조기에 제거함으로써 향후 동맹 강화의 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의 협상대표들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양 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 및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협상을 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양 측은 구체적인 합의 금액과 기한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협상 흐름과 기간 등을 감안할 때 합의 내용은 지난해 4월 한미 양국이 잠정적으로 합의했던 ‘13% 증액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양 측은 한국이 첫 해에 분담금을 13% 증액하고 이후 매년 추가 인상을 통해 5년 차에는 당시 미국 측이 요구한 13억 달러를 맞춰주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모두 동의했던 인상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퇴짜를 놓으면서 이후 추가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한 외교관을 인용해 “새 합의는 2025년까지 지속된다”며 5년 단위 협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이 공백 상태였던 것까지 채우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6년짜리 합의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양 측 협상대표가 각각 최종 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식 발표 및 서명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두 장관은 15~17일 일본 방문을 거쳐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 만큼 관련 절차에 따라 최종 일정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은 양 측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출범 직후인 지난달 5일 화상으로 8차 회의를 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열린 것. 대면 회의가 이뤄진 건 지난해 3월 로스앤젤레스 회의에 이어 1년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동맹인 한국 및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함으로써 두 동맹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해왔다. 오스틴 장관은 1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한반도에서의 강한 억지력 필요성과 함께 ‘인도태펴양 지역 내 동맹의 현대화’를 언급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에는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을 사실상 현행 수준으로 전년 대비 1.2% 인상하는 1년 짜리 특별협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부터 1년간 2017억 엔(약 2조10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