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에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며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을 정확히 1년 앞둔 시점에서 최근 1위를 달려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상당한 격차를 벌리며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이 지난주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며 중도 사퇴한 이후 대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는데 실제 대선판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입증했다.
윤 전 총장은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5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24.1%를 얻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8.3%포인트 차로 제쳤다. 1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14.6%였던 지지율이 총장직 사퇴 직후에는 17.8%포인트나 급등하면서 2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급등이 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중수청 신설이 “법치 말살”이라는 이례적인 언론 작심 인터뷰에 이어 4일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직을 던진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일차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률이 1월 대비 122%나 된다는 것은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지지율 폭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구성을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67.7%),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층(52.8%), 보수성향층(50.9%), 60대 이상(45.4%), 가정주부층(43.9%) 등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지역적으로는 서울(39.8%), 대전·세종·충청(37.5%), 대구·경북(35.3%)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서울, 충청권과 가정주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보수 야권의 대선 후보들의 경우 이른바 상대당의 공격 등으로 인해 ‘수구 또는 보수’ 이미지나 ‘꼰대’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했으나 윤 전 총장에게는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탈색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의 지지율은 사실상 대선판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지역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윤 전 총장의 대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는 것도 윤 전 총장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윤 전 총장이 서울 태생인 점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고, 충청권의 선도호가 높은 것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통계학과 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서울과 충청권, 가정주부층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실제 대선에서 ‘표의 확장성’이 크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보수 야권의 후보들이 고전한 것은 여성과 젊은층, 서울, 충청권 등에서 지지를 넓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정치활동이나 대선 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판을 흔들 정도의 지지세를 기록한 만큼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한 여론의 주목은 더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