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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사촌’ 싹 빠진 무늬만 발본색원…예고된 부실조사 논란

입력 | 2021-03-08 13:50:00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 News1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사전투기 의혹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을 전수조사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강경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실조사 시비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하는 주체는 물론 대상과 범위, 처벌까지 총체적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8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번 LH와 국토부 직원 전수조사 결과를 오는 11일 1차로 공개하기로 했으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조사를 진행하는 주체, 합동조사단에 국토부가 일부 포함되면서 ‘셀프조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토부 임직원 4000여명과 그 직계존비속이 조사 대상이다. 현재 국토부는 감사담당관 등이 총리실이 중심이 된 정부 합동조사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토지거래 전산망이 국토부에 있고, 국토부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조사 참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료만 조사단에 넘기고 국토부는 일절 관여하지 말고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명이나 해명의 기회는 우선 제3자의 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에 주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국토부가 신도시 투기 논란과 관련해 ‘셀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공소에 의한 검찰 수사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듯이 국토부에 조사를 맡길 수가 없다”며 감사원 조사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곧장 수사가 시작되면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니 우선 조사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나중에 개인적인 징벌을 수사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직원 본인과 직계존비속을 넘어 형제, 사촌 등 친인척까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LH와 국토부 전 직원 총 1만4000여명과 이들의 직계존비속(배우자, 자녀, 부모)이 조사 대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자기 이름으로 투기하는 바보가 어딨느냐”며 “부처 및 기관 직원의 토지거래를 금지해도 6촌 이상 친인척이나 친구 등 지인에게 정보를 준 뒤 토지를 매입하면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기 의혹이 2018년부터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직뿐만 아니라 국토부 등 유관 부처의 모든 인사조처를 잠정 중단하고 과거 퇴직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적어도 10년 전 퇴직자부터 조사 대상 지역 연접지의 10년 치 거래는 들여다봐야 구색은 맞춘 조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도려낼 것은 과감히 도려내겠다”라며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의법 조치를 언급했다.

그는 “부당하게 얻은 이득은 반드시 환수되도록 해 다시는 그런 시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추락하는 민심과 정책 신뢰도를 다잡고, 정부가 공들여 추진해온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이 좌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