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 사람으로서의 내 남은 꿈이 그러하다.” (‘제목이야기’ 중)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이 두 번째 시집 ‘구시렁구시렁 일흔’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집에는 희(喜·기쁨), 노(努·노여움), 애(哀·슬픔), 락(樂·즐거움), 애(愛·사랑), 오(惡·미움), 욕(欲·욕망), 그 너머, 소설 등 9가지 주제에 140여편의 시가 담겼다.
‘내 안에 봄풀 같은 어린애가 여전히 있고 / 내 안에 어둔 혼둔의 청년이 여전히 있고 / 내 안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노년이 여전히 있었다.’ (‘붉은 피의 허공’ 중)
작가는 “먼 날들이 가깝고 가까운 날들이 오히려 멀다. 완성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더 참고 더 은유하고 더 오래 기다릴 것이다”라며 “작가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 그 생생한 경계의 먼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독자에게 엎드려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영원한 청년 작가라고 불린다. 1973년 ‘여름의 잔해’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겨울환상 ▲나마스테 ▲소금 ▲겨울 강 하늬바람 ▲더러운 책상 등이 있다.
촐라체, 고산자, 은교 등 갈망 3부작으로 유명하다. 은교와 고산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