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새벽 배송을 전담하던 택배노동자 이모(40)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가운데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가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쿠팡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 쿠팡 규탄 기자회견’을 8일 열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사망한 이 씨는 평소에 지병이 없었으며 부검의의 1차 소견으로 나온 뇌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유형”이라며 “직접적 사인은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앞서 10월 심야노동으로 과로사한 고 장덕준 씨 사망 이후 심야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 대해 과로사 재발 방지대책을 쿠팡에 여러 번 요구했으나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쿠팡 측은 과로사가 아니라고 반박해왔지만 (장 씨의) 산재판정으로 그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정부에 ▲쿠팡 중대재해다발사업장 지정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시민사회·정부·국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및 쿠팡 노동환경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쿠팡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책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쿠팡 측은 “고인과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고인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어 “지난 12주간 고인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었으며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었다”며 “이는 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대책위는 6일 서울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택배노동자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배우자에게 심야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이 씨의 부검결과 뇌출혈과 심장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라는 1차 소견이 나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