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광장 교통체계가 바뀌고 첫 출근날인 8일 광화문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들이 혼잡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0시부터 광화문광장 서측도로를 폐쇄하고 동측도로 양방향 통행을 시작했다. 2021.3.8/뉴스1
“차로가 폐쇄된 줄 정말 몰랐습니다. 회의 시간이 다 돼서요, 한 번만 유턴하면 안 될까요…”
8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앞. 여느 때처럼 출근길에 오른 50대 운전자 A 씨는 사직로에서 시청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세종대로로 진입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존에 시청 방면으로 연결된 광장 서쪽 세종대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폐쇄되며 길이 막힌 상황. 오도 가도 못한 채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A 씨는 결국 차량을 돌려 불법 유턴을 시도했다. 교통경찰이 부랴부랴 A 씨 차량 앞에 다가가 “여기로 나오시면 어떡하냐”고 막아 세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A 씨 차량 앞뒤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연신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착수하며 광장 서쪽 세종대로를 폐쇄한 이후 첫 출근 길에 오른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혼란을 겪었다. 앞서 서울시는 6일 0시부터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를 폐쇄하고 동쪽 세종대로에서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도록 교통체계를 개편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세종대로 전 구간 평균 통행속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사직로 등 광장 일대는 오전 출근길 내내 교통정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동아일보 취재팀과 세종대로 일대를 동행한 김태완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량 통행량보다 도로 용량이 줄어들며 발생한 정체”라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서측차로를 폐쇄하면서 우회전 차로 2개를 1개로 줄였다. 김 교수는 “당분간은 교통 정체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교통신호 체계 개선과 우회로 등 차량 분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로 동쪽 교차로에 차량이 집중되면서 차량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단 우려 섞인 지적도 나왔다. 한 교통경찰은 현장점검에 나온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만나 “세종로 삼거리에서 우회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마주치며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연구원은 “기존에는 세종대로 중앙에 놓인 광화문광장이 분리대 역할을 하며 좌회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을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냈다”면서 “하지만 도로가 동쪽 방향으로만 집중되면서 세종로 교차로에서 좌회전·유턴·우회전 차량이 몰려 차량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충고했다.
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9~11개 차로로 이어진 기존 세종대로가 재구조화 공사로 7~9개 차로로 줄면서 유턴할 때 여유 공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교통 신호 개선 등 대안을 마련해 해결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