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방역’에 지쳐가는 국민 방역 당국 과학적 전망 기반으로 투명한 정보공개 국민에 이해 구해야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코로나19 방역 기간에 정부 당국이 향후 1개월 혹은 분기별 감염 전망과 방역 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였다. 고작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이나 방역 수칙 강화에 대한 예고성의 브리핑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하루살이 방역 브리핑을 들어야 하는가? 과학적 방역 정책은 고사하고 의료계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전문가들도 답답한데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그럴 것이다. 겨울을 헤치고 봄은 오건만 방역 마스크 속에 갇혀 입을 다문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코로나 겨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올해 6월경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과 미국에서 감염 유행의 정점을 지났다. 이들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서 코로나 사망자의 85%를 차지하던 고령자의 비중이 감소한 효과와 함께 계절적 요인, 자연면역 형성 요인을 이러한 긍정적 판단의 주요 근거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백신 접종 레이스를 시작했다. 3월 7일 기준 31만4656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인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자료 부족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백신 접종이 가능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2분기가 지나서야, 그리고 일반인들은 6월이 되어야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일부 국가가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나고, 관련 기사들이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정치권, 방역 당국 그리고 일부 방역 전문가는 국민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집단 면역 형성은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백신 도입에 늦었으나, 다행히 최근 화이자와 노바백스 등을 추가 확보하면서 전 세계에서 백신 확보 상위권(국민 대비 134.6%) 국가가 되었다. 향후 백신 확보와 접종을 획기적으로 추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역 당국과 정치권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방역 당국이 국민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 관료 중심 사고, 행정 편의주의, 무결점, 무오류의 독선적 정책과 태도 등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월 이후부터 11월 말까지 방역 당국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일 대국민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이 있다. “발열 증상이 발생한 국민은 병원으로 가지 말고 집에서 3, 4일간 해열제를 복용하고 대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11월 말 이후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발열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방역 지침의 변경에 대하여 방역 당국은 일말의 해명도, 사과도 국민에게 한 적이 없다.
매일 300∼400명의 신규 확진자 수 브리핑과 협박성의 불편한 메시지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전망과 불확실성에 대하여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솔직한 사과와 투명성을 약속하는 진정성이 없다면 정부를 향한 국민의 귀와 입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방역 정책으로 국민의 봄을 빼앗는 것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