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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삼중수소 2000억원어치 생산하고도 판매 ‘0’ 왜?

입력 | 2021-03-09 03:00:00

‘전략핵 물자’로 국가간 거래 통제
바이오-의료 등 연구용으로 활용
허가 절차 안끝나 기업에 못팔고 되레 한국 수요도 전량 수입 의존



월성 원전의 중수로형 원자로. 이곳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부산물로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사진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전략핵 물자 ‘삼중수소’를 2000억 원어치나 생산해 놨지만 판매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허가 절차가 더디게 진행돼 신산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원전 내 삼중수소제거설비(TRF)에서 확보한 삼중수소 5.658kg(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을 전용 보관 용기 187개에 보관 중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삼중수소 판매단가 추정치는 1g당 3300만∼3500만 원으로, 8일 기준 국내 금 시세(1g당 6만2150원)의 560배를 넘는다. 삼중수소를 모두 판매하면 최대 1980억3000만 원어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2017년 삼중수소 생산 허가를 받은 뒤 지금껏 판매 실적이 없다.

삼중수소는 수소폭탄의 핵심재료로 전략핵 물자로 분류돼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자체 발광하는 특징이 있어 비상구, 활주로, 시계, 군수품 등에 활용된다. 핵융합, 바이오, 의료 등 연구용으로도 쓰인다. 한국은 2007년부터 월성 원전 1∼4호기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했다. 월성 1호기는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됐고 2∼4호기가 수명 기한까지 운행된다. 원전에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TRF를 보유한 국가는 캐나다와 한국뿐이다.

이러한 삼중수소는 정작 판매되질 못하고 있다. 당국이 삼중수소 판매를 위한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삼중수소의 판매나 핵연료물질 사용은 허가가 났지만 삼중수소 운반용기 사용에 대한 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 삼중수소 수요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등 산업·연구용 삼중수소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적극적으로 수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물질인데 대량 생산하는 국가가 없다 보니 한국의 생산 능력은 핵융합연구소나 ITER 등이 탐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