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유라 트렌디한 하우스 뮤직과 신스팝으로 무장 ‘스포티파이’, 한국 인디음악 커버로 내세워 “파격적 시어로 유명한 최승자 시인 좋아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유라는 “키우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를 신성시한다. 그들을 닮으려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노래 ‘미미’에는 그리움의 대상, 미미한 사랑밖에 주지 못해 떠나간 누군가를 그려봤다”고 소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는 윤곽도 없는 벽/순수한 순간에 흔적을 감추는/나는 엉망의 해변가.’(‘손가락으로 아 긋기만 해도 (ZEBRA)’ 중)
통기타 대신 트렌디한 하우스 뮤직과 신스팝으로 무장한 음유시인이다. 기형도를 연상케 하는 추상적 시어를 댄스 비트 위에 흩뿌린다. 싱어송라이터 유라(youra·본명 김유라·28)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한국 서비스를 개시하며 유라를 간판 이미지로 내세웠다. 한국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대표 플레이리스트 ‘In The K-Indie’의 커버에 그를 내걸고 ‘미미 (MIMI)’를 첫 곡으로 추천한 것이다.
“전형적 단어를 피하고 사람의 뇌를 때려서 표현하는 방식이랄까. 땅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전남 여수시에서 부친의 비틀스, 밥 딜런, 이글스, 레드 제플린 음반을 들으며 자랐다. 고교 때는 언니가 듣던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꽂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헤매며 음악 취향을 벼렸다.
“부모님은 연예인이 되라며 어릴 때부터 피아노, 플루트, 기타를 가르치고 연예기획사 오디션도 주선해줬지만 저는 어쩐지 연예인이 싫었어요.”
고교 졸업 후 무작정 상경해 웹디자이너 일을 하다 2018년에야 작곡을 시작했다.
음원 공유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작곡을 올리다 그룹 015B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 박정현, 카더가든, 헤이즈, 기리보이 등 다양한 음악가와 교류했다. 신작 제목인 ‘GAUSSIAN’은 웹디자이너 시절 즐겨 쓰던 용어.
“희미하게 만들기 기법이에요. 제 음악을 조금 가려두고 싶었거든요. 어떤 장르로도 규정하기 힘들게.”
스피커에서 날아오는 음의 펀치는 결코 희미하지 않다. 이율배반의 폭풍우다. 모호하고 시적인 노랫말, 댄스 플로어를 달굴 직관적 후렴구. 빠른 비트의 하우스 장르로 내닫는 ‘숨을 참는 괴물’에서조차 유라는 ‘오늘 아침의 숫자는/모양이 달다/빈 접시 위에/가득 쌓아 놓고 돌아가자’며 은유의 폭탄을 쌓아 올린다.
“발음이든 단어든 문장이든, 청자가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씁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해변. 저는 늘 엉망의 해변가가 좋아요.”
‘유기인형 (BYE BYE)’ 역시 이중적인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낭만이 사라진 시대 같아요. 책이나 시를 읽어드리고 싶지만 귀 기울이지 않을 것 같아 음악에 담아 내려 합니다. 사람들이 마카롱 대신 시집을 들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유라는 “필력을 다듬어 2, 3년 안에 신춘문예 시 부문에 도전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저는 조금 복잡한 여자랍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