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 © News1 자료 사진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5) 브라질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서 실형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는 ‘극우 포퓰리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과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에드슨 파친 브라질 대법관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이 적절치 않다며 무효 판결했다. 원심을 선고한 남부 쿠리티바 법원은 관할권이 없고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법원에서 재심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8년 수뢰와 돈 세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9년 11월 대법원 심리에 들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왔다. 그는 “내 결백은 증명돼 있다. 대선 재출마를 막기 위한 정치적 음모가 있었던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거짓말에 연루됐고 언론이 이를 강화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로 일단 대선행의 문이 열렸다는 평가다.
변호인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판결은 쿠리티바 연방법원의 원심이 잘못됐고 이 긴 싸움에서 우리가 해온 주장이 옳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룰라 전 대통령의 노동자당(PT)은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의 트위터를 통해 “파친 대법관의 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숙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확정되면 연임에 도전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판결 소식을 듣고 “파친 대법관은 늘 노동자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국민은 룰라의 출마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지난주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신문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이펙’이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10인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만 유일하게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섰다. 총 응답자 2002명 중 절반이 룰라 대통령의 당선을 ‘전적으로 확신’하거나 ‘가능’하다고 봤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긍정 응답은 38%에 그쳤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3~2011년 집권 기간 브라질의 장밋빛 경제 성장을 이끌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과 함께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를 주도한 인물이다. 노조 지도자 출신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집권 기간 사회 복지 정책으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번 판결로 룰라 전 대통령이 혐의를 벗으면서 이번 대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극우 포퓰리즘’과 룰라의 ‘실용주의 좌파’ 간 대결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포퓰리즘으로 더욱 치우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브라질 환율은 이날 1달러 당 5.88헤알화까지 치솟았고, 주가는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브라질 애널리스트들은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18년부터 추진해온 경제개혁 대신 포퓰리즘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