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윤석열, 대안세력 굳힐까 한계 부닥칠까

입력 | 2021-03-10 03:00:00

정치권 ‘윤석열의 미래’ 엇갈린 전망
與 “반기문처럼 최종 완주 못할것”
野 “권력에 맞서며 지지 얻어 차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에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에서 일었던 ‘반기문 신드롬’을 거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여당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최종 완주를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야당에선 “반 전 총장과는 상황이 다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의 주장대로 윤 전 총장과 반 전 총장 현상은 닮은 점이 많다. 두 명 모두 엘리트 최고위 공직자(각각 검찰총장, 외교부 장관) 출신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다음 보수 진영의 직전 총선 패배라는 정치 환경이 펼쳐지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패배한 이후, 윤 전 총장 역시 국민의힘이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 야권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반 전 총장은 19대 대선을 11개월 앞둔 2016년 6월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고, 윤 전 총장 역시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진보 정권이 발탁한 인사라는 점도 같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유엔 사무총장까지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좌천됐던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2017년 1월 귀국한 뒤 기존 양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정치적 보폭을 넓혀간 것도 윤 전 총장의 구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현실 권력에 맞서 각을 세웠는지에 대해선 두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 전략을 펼쳤다. 반면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현 정권과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며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역대 대통령은 늘 권력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당선됐다”며 “윤 전 총장은 ‘대쪽 총리’ 이미지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맞섰던 이회창처럼 현직 권력에 맞서며 지지세를 얻고 있어 간단하게 볼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외교관과 법조인의 차이’도 자주 거론된다. 야권 관계자는 “외교관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국내에 세력화할 만한 측근 그룹이 적다”며 “반면 검사 출신들은 결속력이 강해 세력 형성에 익숙하고, 현실 정치에 대한 정무감각도 갖추고 있어 여의도에서 자리를 잡은 정치인들이 여럿 있다”고 평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