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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기윤]‘암표방지법’ 반갑지만 뿌리 뽑으려면 후속대책 있어야

입력 | 2021-03-10 03:00:00


김기윤 문화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연계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지난해 12월, 한 줄기 따스한 볕이 공연장을 비췄다. 공연계의 오랜 염원이던 공연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암표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쓸어 담고 이를 비싸게 되파는 온라인 암표는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아 왔지만 관련 법안은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공연업계로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힘이 될 만한 소식이었다.

신설된 공연법 제4조의2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연 입장·관람·할인·교환권 등의 부정판매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판매에 대해선 티켓 판매자나 위탁판매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자가 영리 목적으로 자신이 티켓을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상습적으로 팔거나 알선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나서서 오랜 병폐를 바로잡도록 하는 법안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수준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장관의 노력’이라는 모호하고 선언적인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나 시행령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문체부의 의지에 달린 상황이다.

법안 통과 후 시행까지 6개월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법 암표상은 교묘하게 진화하며 활개치고 있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몇몇 연극, 뮤지컬의 티켓을 정가보다 최대 8배 비싼 가격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공연업계 종사자와 공연을 좋아하는 실수요자들은 온라인 암표상들이 건강한 공연 관람 문화를 저해한다며 ‘플미충’(프리미엄 얹는 벌레라는 뜻)이라고 부를 정도다. 좌석 띄어 앉기 정책으로 사실상 가동 좌석이 반 토막난 상황이라 더욱 뼈아프다.

법안 시행을 100일 정도 앞둔 지금까지도 문체부의 ‘노력’은 딱히 안 보인다. 문체부는 2019년부터 경찰과 불법 암표상을 단속하고 ‘온라인 암표 신고’ 플랫폼을 운영해 왔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는 효과를 느끼기 어려웠다. 문체부 관계자는 “의심 사례를 신고 받으면 예매처와 논의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다. 현행 체제 외에 아직 새로운 방안이나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연계가 팬데믹을 딛고 일어서려면 문체부의 강한 의지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수다. 물론 암표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공연 팬들의 노력도 당연한 미덕이다.

김기윤 문화부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