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일 대구고검 방문에 앞서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4일 페이스북에 “신조어까지 써 가며 국민을 겁박한다”고 비난했고, 윤 전 총장은 이날 사표를 던졌다.
● “별의 순간” 꺼내든 김종인
윤 전 총장의 사퇴는 정치권이 출렁였다.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은 32.4%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4.1%)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14.9%)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KSOI의 직전 조사(지난달 26, 27일) 당시 지지율(17.9%)보다 14.5%포인트 오른 것이다.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나기 전 언급했던 ‘검수완박’은 정작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을 겨냥해 만든 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까지 밀어붙여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여당에서 만든 말로 역공을 나선 걸 보며 정치적 감각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 말 한 마디로 전세 역전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대선은 ‘말의 전쟁’이기도 하다. 각 후보와 정당은 단 한 문장, 한 번의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심을 한다.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6일 인천 경선에서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는 한 마디로 자신을 향한 공격을 물리쳤다. 앞서 연설에 나선 이인제 후보는 “급진좌파가 우리 당을 점령하고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다”며 노 후보의 장인의 좌익 활동을 거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단 한 문장으로 기억되는 말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첫 대선 도전이던 2007년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이었다”며 “그 후 두고두고 회자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무대의 패자들도 인상적인 발언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18대 대선 때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우리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목말라 있었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구호로 택했다. 당시 당내 후보 경선의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 캠프에서조차 “뺏어오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든 구호”라는 평가를 내놓았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