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 뉴시스
미국 상원 공화당 정책위원장으로 당내 서열 4위인 로이 블런트 의원(71·미주리)이 돌연 내년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의회 선거 이후 공화당 상원에서만 벌써 5명이 은퇴 선언을 한 것이다.
이들의 빈 자리에는 벌써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측근들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가 벌써부터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간 당내 노선 경쟁의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블런트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상·하원을 거쳐 모두 25년째 의회를 지키며 내년 3선 도전이 유력해보였던 그의 은퇴는 워싱턴 정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앨라배마가 지역구인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이 은퇴를 발표했다. 이 지역구에서는 역시 트럼프 충성파인 모 브룩스 하원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브룩스 의원은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면서 1월 미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확정을 저지하려고 했던 인물이다.
1월 은퇴를 선언한 오하이오주의 롭 포트먼 의원의 빈 자리에는 조쉬 맨델 전 오하이오주 재무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맨델 전 장관은 최근 방송 등에 나와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싸우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리처드 버 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의 지역구에는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의 출마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펜실베이니아주 팻 투미 의원의 뒤에도 중도파와 친트럼프 세력이 맞서며 벌써부터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버 의원과 투미 의원은 모두 트럼프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들이다. 지금까지 공화당 현역 의원이 은퇴를 선언한 5개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만 제외하면 공화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곳이라서 친트럼프 후보들의 의회 입성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의 탄핵을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주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나는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을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와 나라를 잘못 대표해왔다”고 비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