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특별재난업종 지정하라” 거리로 나선 부산 관광업계

입력 | 2021-03-11 03:00:00

종사자 90여명 부산시청 앞 집회
상복 입고 사업자등록증 화형식
“청와대-국회 앞에서도 집회 계획”



9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관광협회가 관광사업체 ‘특별재난업종’ 지정 요구 성명 발표 및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 씨는 10일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사무실이라도 지키려고 각종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업계 종사자들이 태반”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 산업인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사단법인 부산관광미래네트워크가 최근 지역 관광업 종사자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50% 이상 감소한 곳이 74.3%에 달했다. 이 중 100%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는 업체도 30%에 이른다. 이 조사는 여행업을 비롯해 숙박업, 전시컨벤션업, 기념품판매업 등 관광산업 유관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A 씨는 “부산에는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업체가 2000여 곳, 종사자가 13만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설문 조사보다 현실은 더 참혹하다. 주변을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직원들이 다 나간 곳이 70%가 넘을 만큼 쑥대밭”이라고 전했다. 업체들은 현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인력 조정(22.2%), 영업 시장 및 타깃 변경(18.7%), 정부 지원사업 활용(18.2%) 순으로 응답했다.

결국 이들은 생존권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다. 업계 종사자 90여 명은 9일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관광업을 ‘특별재난업종’으로 지정하고 업체당 긴급생존자금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외쳤다.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여행업은 일반업종 중 경영위기에 처한 업종으로 분류돼 200만 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흥업소 같은 집합금지 연장 업종 500만 원, 학원 등 집합금지 완화 업종 400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의 정책으로 업계가 허물어졌다. 그간 수많은 위기에도 버텨왔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코로나19로 24시간 365일 꼼짝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받고 있어 과감한 지원과 무담보·무보증 대출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또 비격리 여행권역제도인 ‘트래블 버블’의 도입도 주장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여행을 허용하는 국가끼리 2주간의 자가 격리가 면제되는 조치다. 이와 함께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지급방식을 미국 급여보호프로그램(PPP)처럼 개선할 것도 요구했다. PPP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추가 근로 활동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울분을 표현하기 위해 관광사업자등록증을 불사르는 화형식을 진행했다. 이 중 4명은 상복을 입은 채 근조(謹弔) 리본이 달린 관광사업등록증을 들고 퍼포먼스도 했다. 업계는 이날 부산시관광협회 차원에서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뒤 연제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까지 거리행진 시위를 벌였다. TF팀 관계자는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도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