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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사공1가’

입력 | 2021-03-11 03:00:00


‘혼인 중’인 사람에게만 자녀를 입양할 권리를 주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와 자녀가 있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반영한 것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입양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관련 법규가 개정된 2007년부터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제 1인 가구는 더욱 늘어서 ‘대세’가 됐다. 그럼에도 법과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 개념의 가구와 가족을 기반으로 한 것이 많아 법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 우리나라에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15.5%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0.2%로 늘어 가구 형태 중 가장 비중이 높다. 표준으로 여겨졌던 4인 가구의 비중은 같은 기간 31.1%에서 16%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추산에 따르면 2030년 한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은 43%로, 미국(35%)이나 스위스(34%) 등 서방국보다 높다.

▷1인 가구의 수는 70대 이상이 가장 많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배우자와의 사별, 자녀의 분가 등으로 홀몸노인이 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을 눈여겨보고 있다. 재산만 물려받고는 부모를 ‘나 몰라라’ 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반대로 자녀가 클 때는 방치했던 부모가 나중에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도 1인 가구 시대에 주목받는 법안이다.

▷20대와 30대에서도 싱글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이들은 주거 관련 제도, 특히 주택청약제도에 불만이 많다. 청약 가점을 적용하는 일반공급에서 84점 만점에 부양가족 수에 걸린 점수가 35점이나 된다. 더욱이 20, 30대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도 짧아 ‘청포자(청약포기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보다 쉽고 안정적으로 주거 공유(셰어하우스)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인다.

▷법무부가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TF를 구성한 것은 달라진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를 고민하기 위해서다. 친족, 상속, 주거, 보호, 유대 등 5개 분야를 먼저 살펴볼 계획이다. 1인 가구에 대한 법제를 개선하면 전통적 가족의 해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엄연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법제는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 속도보다 느리게 바뀐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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