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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흥시의원, 부인이 땅 사둔 곳에 ‘산업단지 조기개발’ 공약

입력 | 2021-03-11 03:00:00

[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LH직원 투기 의혹 전방위 번져




전국 공공주택지의 땅 주인들로 이뤄진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가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서 LH를 규탄하고 있다. 시흥=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 시흥시의회 의원의 부인이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된 지역에 1517m² 규모의 땅을 매입한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이 시의원은 6개월 뒤 해당 개발 사업의 조기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시의원에 당선돼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에서도 소속 공무원을 조사한 결과 각각 6명, 8명이 광명·시흥 신도시지구 내에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 지자체 공무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 아내 소유 땅 개발 조기 추진 내걸고 당선

시흥시의회 의원 A 씨(무소속)의 부인 B 씨는 2017년 12월 경기 시흥시 정왕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위치한 한 농지를 3억67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3기 신도시 지역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시흥시 등이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을 들여 미래형 첨단 자동차 클러스터(V-city)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 부지에 포함돼 있다. 시흥시는 2018년 1월 이 일대를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설정하고 2월 주민 공청회를 여는 등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2016년 11월 시흥시의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이후부터 투기 목적으로 의심되는 토지 매입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광명·시흥지구 일대 5개동 10개 필지를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는 LH 경기지역본부 3급 직원도 2017년 1월 이곳에 3개 필지를 매입했다. B 씨가 매입한 농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한 주민은 “3, 4년 전부터 외지 사람들이 이 일대 토지를 대거 사들여서 옆 땅 주인의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 의원은 부인이 땅을 매입한 지 6개월 뒤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며 ‘V-city 사업 조기 추진’을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A 의원은 당시 선거 공보물에 “V-city와 배곧신도시를 연결하여 배곧과 정왕동을 하나로 개발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V-city 사업과 정왕동 재생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 의원은 출마 전 20년 이상 건축사로 활동하며 지역의 여러 건축 관련 협회 간부를 지냈다. 그는 당선 이듬해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이다.

인근 부동산 업주는 “정왕동 개발 예정지는 최근 3, 4년 사이 호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요즘은 매물이 나오지 않아 없어서 못 산다”고 했다. B 씨는 해당 토지를 1평(약 3.3m²)당 약 80만 원에 매입했는데, 개발 예정지 내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현재 평균 시세는 평당 1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A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토지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으며 투기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었다. 매입 당시 막연히 개발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광명·시흥시 공무원 14명 투기 여부 조사

광명시는 10일 소속 공무원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5명이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가학동 임야 793m²를 지난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난 광명시 소속 6급 공무원을 포함하면 총 6명이다.

광명시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공무원 5명은 5급 2명, 6급 2명, 8급 1명이다. 취득연도는 2015년과 2016년, 2017년 각 1명, 지난해 2명이다. 이들은 각각 지난해 옥길동 논 334m², 2019년 광명동 밭 100m², 2016년 노온사동 대지 124m², 지난해 노온사동 밭 1322m², 2015년 가학동 밭 1089m²를 취득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취득했는지는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흥시도 이날 소속 공무원 8명이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 7명은 토지 보유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경매를 통해 91m²의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5급 공무원 1명에 대해 토지 취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박종민 / 시흥=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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