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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붙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1분기 성장은 10년 만에 처음”

입력 | 2021-03-11 17:19:00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붙인 반도체 시장에서 초호황기를 뜻하는 ‘슈퍼사이클(Super Cycle)’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11일 “올해 1분기(1~3월) 반도체 전체 매출액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기 혹은 연도 단위로 일정한 상승 및 하락 패턴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1분기 매출액 상승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1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로 불리며 2011년 이후 10년 동안 4분기 대비 1분기 매출액은 소폭 하락했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촉발하는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및 원격교육이 자리를 잡고,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비대면(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필수부품인 반도체 수요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PC 수요가 폭증했던 2000년대 중반,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됐던 2010년 초, AI(인공지능) 및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관련 기술이 집중 받았던 2018년 찾아왔다”라며 “5~7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슈퍼사이클 진입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IC인사이츠 역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 불균형’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조짐은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3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PC용 D램(DDR4 8Gb) 현물가가 4.7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약 56%나 상승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현물 거래가는 고정거래가보다 실시간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업황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말 기준 D램 고정거래가는 3달러에 머물렀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2분기(4~6월)부터 본격적 가격 상승세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1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물가와 고정가 간 차이는 10년 여간 최대 수준인 60%에 이른 상황”이라며 “2분기부터 고정거래가 상승이 시작될 전망이고, 이후 현물가가 고정거래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현물가 상승세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사이클이 정점이던 2018년 D램 고정거래가는 8.19달러까지 올랐었다.

이날 IC인사이츠는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도 기존 12%에서 19%로 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전체 매출액은 4799억 달러(약 545조704억 원)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년(약 4044억 달러) 대비 755억 달러(약 85조7680억 원) 상승한 규모다. IC인사이츠는 “19% 성장도 보수적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17년 반도체 서프라이즈 실적을 이끌었던 초호황기가 올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슈퍼사이클이 정점이던 2018년 반도체 사업 분기별 영업이익이 13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