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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안전한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입력 | 2021-03-12 03:00:00


김도형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많이 다쳤다. 교통사고였다. 우즈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연 골프대회의 주최자로 나섰다. 대회 이틀 뒤 아침 제네시스 GV80 차량을 운전하다 도로를 크게 벗어나는 전복 사고를 냈다.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다른 곳은 별로 안 다쳤다는 소식과 앞뒤가 거의 완파된 사고 차량의 모습이 함께 전해졌다. 차량 안전 문제가 조명 받았다. 사고가 난 뒤에 알게 되는 건 ‘수동적 안전’이다. 차가 탑승객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차량 앞의 엔진룸과 뒤쪽 짐칸은 사고 시 충격을 잘 흡수하도록 설계한다. ‘크럼블 존’이란 개념이다. 잘 찌그러지는 소재를 적절히 활용한다. 승객 공간인 ‘캐빈룸’은 무너지지 않고 원래 형태를 최대한 지켜야 한다. 강도 높은 철강재가 많이 쓰인다. 안전띠와 에어백도 중요한 장치다.

GV80는 우즈의 상반신을 잘 보호했다. 다만 하반신을 완전히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른 차였다면 어땠을까. 점치기 힘들다. 조건이 동일한 사고 상황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의 안전성은 국내외 안전도 평가로 가늠할 수 있다. 시판하는 차를 다양한 각도로 충돌시키며 실험한다. 인체 부위별 부상 위험도까지 측정해 공개한다.

승객 공간만 잘 지켜낸다고 안전한 차는 아니다. 요즘은 ‘능동적 안전’이 주목받고 있다. 사고 자체를 막으려는 기술이다. 앞차를 추돌할 가능성을 감지해 차량 스스로 제동하는 전방추돌 방지 기술이 대표적이다. 보행자나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면 차가 알아서 운전대를 돌리는 기술도 조금씩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잘 갖춘다고 안전한 차가 완성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남아있다. 사람이다. 안전한 차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다.

음주, 졸음, 부주의, 과속.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위험 요소다. 맨정신으로 운전에 집중하고 과속만 하지 않아도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급감한다.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70%는 졸음과 주시 태만 때문에 발생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한적한 도로의 내리막 곡선 구간을 달리던 차가 중앙분리대와 건너편 2개 차선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굴렀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즈는 차를 정상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사람이라는 변수마저도 통제하려 하고 있다. 볼보는 생산하는 차량의 최고 시속을 180km로 제한하기로 했다. 과속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카메라와 센서로 음주나 부주의한 상태를 가려내 운전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다. 이는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도 차가 ‘위험을 자초하는 인간’을 이겨낼 수는 없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지도 모른다. 기술은 술에 취하거나 졸지 않고 스마트폰에 한눈팔거나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과속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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