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이렇게 얻은 선장직을 뒤로한 채 나는 해상법을 공부하기 위하여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상법 교수님 다섯 분 모두 나를 반기셨다. 상법에는 선장은 선주의 대리인이라는 점을 포함하여 선장 관련 여러 규정이 있다. 교수님들은 그런 선장이 학생으로 오니 신기해하며 실무를 물어보곤 했다.
그 뒤 대형 로펌에 취업을 하게 됐다. 선박 충돌, 오염 사고 시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선장 출신이면서 해상법에 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찾았다고 했다. 나에게 실장이라는 직함을 준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변호사님도 변호사 면허를 가지고 법률 서비스를 하는데, 저도 엄연히 유효한 선장 면허를 가진 선장입니다. 맡은 업무도 선장의 일이니 저를 선장으로 불러주십시오.” 그렇게 하여 선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사고 조사의 결과를 서면으로 보낼 때에도 ‘Captain IH Kim’으로 적었다. 선장이라는 직함이 외국의 고객들에게 큰 신뢰를 받았다.
선장과 교수의 타이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한 적도 있다. 나는 오스틴 텍사스대의 로스쿨을 다녔다. 졸업할 때였다. 선장, 교수, 박사 등 중에서 어느 것으로 호칭할지 표기를 하라고 했다. 선장이라는 항목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영미에서는 선장을 그렇게 중하게 여긴다고 하더니 여기가 그렇구나 싶었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나는 선장에 표기를 했다. 졸업식 날 단상에 올라가자 사회자가 “대한민국에서 온 김인현 선장입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라고 소개했고, 짜릿했다.
나는 명함에 교수와 함께 선장이라는 직함을 붙이고 다닌다. 명함을 받는 상대방은 “학교에 무슨 실습선이라도 있는지요” 하고 묻는다. 나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선장 출신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효한 면허를 유지하면서 정년퇴직을 하면 선장으로 다시 배를 타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 한번 선장은 영원한 선장이다. 사람들은 선장 하면 살신성인하는 리더십을 떠올린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