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7번 등번호 양보 고맙다” 추신수, 후배에 명품시계 ‘척’

입력 | 2021-03-12 03:00:00

사직구장서 SSG 선수단 처음 만나
2000만원 스위스 브랜드 제품
이태양 선물로 미국에서 준비
“우승 가능성 보고 한국행 결정, 팬들에 더 다가갈 수 있어 좋아”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11일 SSG 랜더스 선수단에 합류한 추신수(왼쪽)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부산고 후배 정의윤(가운데)을 비롯한 새로운 팀 동료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올해 SK를 인수해 새로 태어난 SSG의 대표 선수로 KBO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부산=뉴시스


이보다 더한 금의환향이 있을까.

11일 오후 3시경 부산 사직구장. 프로야구 SSG 추신수(39)가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팬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경남 창원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추신수는 곧바로 롯데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으로 향했다.

2001년 부산고 졸업 뒤 20년 만에 KBO리그에서 뛰게 된 추신수는 이날 처음으로 SSG 선수단과 공식 상견례를 가졌다. 사직구장에는 40여 개 매체 7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설렌다. ‘슈퍼스타’가 우리 팀에 와서 정식으로 생활하게 되는 첫날이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 감독에게 인사한 뒤 3루 측 더그아웃 앞에서 선수단과 마주한 추신수는 “선후배 모두 계신데 아직 부족한 만큼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드릴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경험을 쌓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이 팀에서 모든 선수들과 한마음이 돼 이기려고 왔다. 우승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기려고 왔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인사말을 마친 추신수는 갑자기 투수 이태양(31)을 호명했다. 이태양에게 추신수는 직접 준비한 스위스 고급 브랜드 ‘로저드뷔’사의 시계를 선물했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달았던 등 번호(17번)를 자신에게 양보해준 이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추신수가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고른 이 시계는 2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받으면 항상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 야구선수 추신수에게 17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번호인데 먼저 양보해줘서 고맙다. 미국에서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SSG 선수단에 명품 시계보다 훨씬 값진 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신수는 기자회견에서 “자가 격리 중 경기도 보고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많이 들었다. 선수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평균 볼 스피드가 시속 2∼3km 떨어진다는 것 외에는 (미국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목표도 명확히 했다. 추신수는 “SSG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쉽게 (국내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야구하면서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에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한국에서 우승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SG도 추신수와 함께 지난해 9위에 머문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을 뛰면서 클럽하우스 리더로 인정받았던 그는 “내가 하는 모든 게 맞다는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바른 예를 보이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구단은 안방 인천 행복드림구장 클럽하우스 내 라커룸 배치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추신수의 라커룸을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의 옆자리에 배치한 것. 고참들이 많이 쓰는 입구 대각선 반대 자리다. 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함께 금메달을 땄다. 추신수의 라커룸 오른쪽 옆자리에는 일명 ‘2군 선수 자리’를 배치했다. SSG는 정규시즌에 2군 선수 한 명씩을 불러 1군 선수단과 동행할 기회를 준다.

추신수는 16, 17일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감독은 그를 좌익수 겸 2번 타자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손목 부상 등으로 고전했던 추신수는 “몸 상태는 너무 좋다. 다만 실내에 있을 때와 운동장에 나왔을 때 상태가 다른 만큼 하루 이틀 보고 감독님과 상의해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묻자 “선수들 얼굴, 이름부터 익혀야겠다”며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7월 도쿄 올림픽 대표팀 합류에 대해서는 “건강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께도 ‘성적이 된다면 뽑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