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하인해 옮김/302쪽·1만7000원·까치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는 2003년 호킹과 인연을 맺은 뒤 15년간 교류하면서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위대한 설계’를 공저로 출간했다.
책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거인의 삶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얼굴 근육을 뺀 온몸이 마비된 호킹은 1분에 여섯 단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안경에 부착한 센서가 그의 볼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박사님에게는 물리학이 인생이죠.” 이렇게 묻자 호킹은 코를 찡그렸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잠시 뒤 센서를 통해 타이핑 처리된 호킹의 답은 “사랑이 인생이에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물리학 대중화에 기여한 리처드 파인먼(1918∼1988)에 대한 호킹의 인물 촌평이 흥미롭다. ‘칼텍(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근처 선술집에서/봉고 연주를 즐긴/다채로운 성격의 인물.’
호킹과의 우정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스티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삶을 살아내는 것조차 그에게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과 같았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스티븐을 알게 된 후로 스티븐 자신이 에베레스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