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대항하는 미얀마 민주진영 지도자는 첫 온라인 연설에서 “군부를 뒤집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13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이날 군경의 유혈 진압에 시위대 최소 9명이 숨졌다. 이라와디는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41일 동안 최소 9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13일 하루에만 최소 9명이 숨졌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최소 시위대 5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도 2명이 숨졌고, 바고 지역에서는 19살 해양대 재학생 코 텟 묘 아웅 씨가 배에 총탄 두 발을 맞고 숨졌다. 한 청년은 입에 총을 맞고 턱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중부 마궤 지역에서도 1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양곤, 만달레이 등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희생자 다수가 ‘머리에 총을 맞은 10대 후반의 학생’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군인들이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미얀마 군경은 밤늦게 주택가를 돌며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거나 체포하는 잔학행위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저항하면 집과 가게의 유리창을 부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지난주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한 만 윈 카잉 딴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첫 대중 연설을 발표했다. CRPH는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민주진영 의원들이 지난달 5일 자체적으로 구성한 일종의 ‘임시정부’다.
딴 대행은 “지금이 국가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여명이 가까워진 순간”이라며 군부를 끌어내리고 민주정부를 되찾기 위한 혁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 십 년 간 독재의 탄압을 받아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열망하는 연방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 모두가 단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호소했다. 또 “국민이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갖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고 임시 국민 행정팀을 꾸려 공공행정을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교사, 철도노조, 의료진 등이 총파업에 가세해 정부 업무와 경제, 행정의 상당 부분이 마비된 상태다.
미얀마 군부는 CRPH를 불법 무장단체로 규정하고 “누구든 CRPH에 협조하면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