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갖고 있는 E-4B는 모두 4대다. 이 가운데 1대는 미 대통령 근처에서 대기하며, 유사시 즉각 대통령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항시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에도 E-4B가 멀지 않은 곳에 배치된다. 최대 112명이 탑승할 수 있는 E-4B는 대형 재난 발생 시 연방재난관리청(FEMA) 요원들을 현장까지 수송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다만 2017년에는 E-4B 2대가 토네이도에 고장 나는 바람에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한다는 명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E-4B는 하늘을 나는 전시상황실이다. 핵 공격은 물론이고 전자기펄스(EMP)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공중 급유를 받으면서 72시간 이상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길이 70.5m, 날개 폭 59.7m에 최고 속도는 시속 969km다.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미군을 지휘할 수 있고, 잠수함과도 직접 통신이 가능하다. 1980년 1월부터 미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2억2320만 달러(약 2530억 원)에 달한다.
▷17일 한국을 방문하는 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E-4B를 이용할 예정이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아무 의미 없이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최근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여부 등을 놓고 북-미 간에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E-4B의 등장은 대북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길이고,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바늘구멍만큼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