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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인격암살이 도를 넘었다”

입력 | 2021-03-15 03:00:00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인터뷰를 크게 보도한 영국 언론매체들. 인터뷰 내용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진 출처 CNN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의 미국 방송 인터뷰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악의 가득 찬 인터뷰”라는 주장과 “왕실의 인종차별 관행을 속 시원하게 지적했다”는 의견이 강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클의 폭로가 불러일으킨 이번 혼란을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최종 승자는 “마클도 영국 왕실도 아닌 CBS(방송사)와 오프라 윈프리(인터뷰 진행자)”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The narrative about making Kate cry was the beginning of a real character assassination.”

마클은 2018년 결혼식 때 손윗동서인 케이트 미들턴(캐서린) 왕세손빈이 신경질을 부려 자신이 눈물을 흘렸는데 영국 언론은 그 반대로 보도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과 미들턴에 대한 영국 언론의 차별대우를 ‘인격암살(character assassination)’이라고 비난합니다. 인격모독이 아니라 완전히 말살 수준이라는 것이죠.

△“We also have concerns and conversations about how dark his skin might be when he‘s born.”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한 염려와 논의가 있었다.” 화제가 된 마클의 왕실 인종차별 발언입니다. 왕실 비판이지만 주어를 ‘우리’라고 하고 시제를 현재형으로 쓰는가 하면 ‘염려’와 ‘논의’라는 중립적인 의미의 단어를 반복합니다. 발언의 파장을 예감하고 상당히 ‘수위 조절’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피부색’ ‘검은’ 등 폭발력이 큰 단어들이 나오니까 윈프리가 정색을 하며 “지금 뭐라고 했냐”고 반문하죠.

△“I think she saw it coming.”

윈프리는 해리 왕손에게 고인이 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 얘기를 꺼냅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아직 다이애나 빈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죠. “왕실의 특권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해리 왕손은 “엄마도 예감했을 것”이라고 답합니다. 자신의 결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see it coming’은 ‘오는 것을 보다’, 즉 ‘직감하다’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