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2>메드팩토
김성진 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TGF-β 수용체 유전자의 작동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으로 최초, 세계적으로는 5번째로 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한 석학이자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반면 일론 머스크를 세계 제1의 부자로 만든 테슬라는 오랫동안 매출 한 푼 없었던 벤처기업이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의약품 ‘휴미라’는 글로벌제약사 애브비에게 작년 한해 23조 원의 매출을 안겨다 주었다. 보통 신약의 이익률이 70~80%라고 하는데 ‘휴미라’ 같은 약품 2,3개만 있으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36조 원)만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들과 바이오벤처들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공했다고 하면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확률의 문제다. 현재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트 신약개발 성공에 가장 근접한 벤처기업으로 ‘메드팩토’가 꼽힌다.
● 올해 줄줄이 예정된 메이저 임상학회 연구발표
김대표는 향후 글로벌 블록버스터급의 혁신 신약 5개 이상을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메드팩트가 임상중인 차세대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은 ‘백토서팁’이다. 백토서팁은 암세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암세포의 성장을 돕고 있는 TGF-β라는 물질을 약화시키는 약제다. 백토서팁으로 암 종양의 외벽을 일단 무력화시킨 다음 치료제로 본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암 치료제와 병용 투여방식으로 임상실험이 진행돼 왔다. 이제까지 진행된 임상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세계 메이저 임상학회에서 잇달아 백토서팁의 임상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4월 10일부터 진행될 미국암학회(AACR)에서 췌장암에 대한 백토서팁의 전임상 결과 희귀질환인 공격성 섬유종증(데스모이드 종양)과 관련한 연구 결과 등 4건의 임상데이터를 발표한다. 이에 앞서 이달 11일 초록이 공개된 바 있다. 6월에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대장암과의 병용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하고, 9월에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11월 미국 면역암학회(SITC)에서는 임핀지와의 병용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2a상 결과를 발표한다.
● 개인 유전체 첫 해독 성공 김성진 사장
김대표가 이미 성공한 유전자 분석기술을 통해 암세포를 약화시키는 신약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어닝 서프라이즈’는 일반 상장기업들이 매출 영업이익에서 깜짝 놀랄만한 실적을 올렸을 때 부르는 말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들에게는 ‘데이터’가 생명이다. 단계별로 학계와 제약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데이터 서프라이즈’‘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김 사장의 경력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국립암연구소 종신수석연구원이다. 1987~2007년까지 20년간 이곳에서 유전체 연구를 했다. TGF- β를 최초로 발견한 마이클 스폰이 김 사장의 스승이었다. 이 곳에서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2년 호암상 의학상을 받았다. 2007년 가천대학에서 1000억 원의 연구지원을 약속받고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원장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 백토서팁이 항암치료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TGF-β는 모든 암에서 다량 분비된다.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이 벽을 뚫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계는 암치료제와 TGF-β 무력화 약제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치료효율을 높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제약사들이 모두 TGF-β에 대한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백토서팁이 임상에서 가장 앞서 있고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백토서팁은 올해 임상 2상 마무리가 예정되어 있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만이 모든 암에 적용되는 ’항암치료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 백토서팁의 시장성은 어떤가
MSD의 키트루다 약품 하나의 매출이 13조 원이었다. 향후 몇 년 내 백토서팁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25조 원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암을 포함하면 시장규모가 몇 백조 원에 이를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GSK가 또 다른 TGF-β 신호전달 저해제인M7824 물질에 관한 기술특허를 50%에 대한 권리로 4조8000억 원(37억 유로)에 사들였다. 이 물질의 가치가 최소 9조 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 현재 진행 중인 임상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데스모이드(공격성 섬유종증)라는 희귀질환에서 빠른 승인이 나올 수 있다. 이마티닙라는 치료제가 약간의 효능을 보이는데 백토서팁과 병용하니 ORR(객관적 반응율)이 2배 효과를 보였다. 올해 FDA에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을 할 계획하고 있다. IND 신청 이후 패스트트랙 지정도 신청하여 올해 IND 승인과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까지 기대한다. 그러면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고, 매출도 오르면서 광범위한 효능을 입증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회사인 알렉시온을 42조 원에 사들였다는 것을 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얼마나 희귀질환치료제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골육종 등 다른 희귀질환분야 2개도 진행하고 있다.”
- 가장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분야는
“역시 희귀질환분야다. 희귀질환 적응증의 경우 2024년에 치료제 허가를 받아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육종, 췌장암 관련 약제도 올해 안에 희귀질환의약품(ODD)으로 지정받아 IND(임상시험계획)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임상 단계별로 효과가 좋으면 일단 치료제로 판매를 하면서 임상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머크(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슷한 경로로 빨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기초연구를 마쳤고 만족할만한 데이터가 나와 국내에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 기술이전(라이센싱 아웃)방식인가 아니면 최종 신약 개발까지 가는 방식인가
“투 트랙으로 간다. 기술 이전할 것은 하고 희귀질환 분야는 최종 치료제까지 개발할 것이다. 길리어드, 엠젠이 처음에는 단일약품의 치료제로 1조, 2조 원씩 팔다가 지금은 200조 원이 넘는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됐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바이오분야에서는 90% 이상의 자금이 혁신신약에 투자된다. 우리의 목표는 길리어드 엠젠 같은 글로벌제약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혁신신약 1호가 나올 때가 됐다.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면 몇 조 원씩 팔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가 우리 회사라고 본다.”
- 최종 단계에서 실패한 바이오 신약물질이 많았다. 백토서팁에게 그런 위험성은 없나?
서울 서초동 본사 연구실. 바이오 시장규모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글로벌제약사들과 여러 종류의 암 치료제와 병용 투여 임상을 거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만 10건 이상이다. 이들 가운데 단 1개만 제품허가만 나오더라도 블록버스터 신약물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올 4월 미국암학회(AACR)에서는 백토서팁 외에 BAG2(유방암 타깃) DRAK1(자궁경부암 타깃)이라는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초연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신약 개발 성공의 확률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