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과 민주화 시위대가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커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15살 소녀가 시위에 나갔다가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이 소녀는 시위에 나서기 전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가족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 시간) 미얀마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14일) 자정 경 띤간쥰 산퍄(Tingangyun Sanpya) 병원에는 70명이 넘는 부상자들이 실려 왔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언론은 군부의 유혈 진압에 희생된 이들의 참상을 전했다.
린 린 콰(Lynn Lynn Kyaw) 씨는 14일 시위 도중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숨졌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세 친구와 함께 거리 시위에 나갔고 이후 총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나는 군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군부)의 가족들이 똑같은 슬픔을 겪을 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지난주 토요일(13일) 군경의 총탄에 숨진 흘라 민 투(Hla Min Thu) 씨(25)의 가족들은 이튿날 병원으로부터 “시신을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투 씨의 가족들은 “그의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서, 사진 등을 챙겨서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투 씨는 생전에 아이스크림을 팔아 아내와 3살, 5살 자녀들을 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이스크림 장사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자 부업으로 ‘오토바이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사망 당일에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갈 여건이 안 돼 자전거를 몰고 일을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웃들은 “그는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단지 생계를 위해 나갔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슬퍼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