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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가 죽어도 울지마세요” 미얀마 10대 소녀 총 맞아 중태

입력 | 2021-03-15 14:13:00


“아빠, 설령 내가 죽더라도 울지 마세요.”

군경과 민주화 시위대가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커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15살 소녀가 시위에 나갔다가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이 소녀는 시위에 나서기 전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가족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 시간) 미얀마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14일) 자정 경 띤간쥰 산퍄(Tingangyun Sanpya) 병원에는 70명이 넘는 부상자들이 실려 왔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부상자들 중 15세 소녀 주 윈 와(Zuu Wint Wah)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우스 다곤 지역에서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고 실려 왔고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 틴 코 코 우(Tin Ko Ko Oo) 씨는 “나는 우리 딸이 자랑스럽다”며 “난 (군부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 씨는 “지난 며칠 간 우리 딸이 나에게 ‘내가 죽더라도 울지 말아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와 씨는 시위 도중 목숨을 잃으면 가족들이 슬퍼할 것을 걱정해 미리 유언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에 따르면 와 씨는 이달 초에도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군부에 체포됐다. 그는 일주일쯤 전 석방됐지만 이날 다시 거리 시위에 나갔다가 총을 맞았다.

미얀마 언론은 군부의 유혈 진압에 희생된 이들의 참상을 전했다.

린 린 콰(Lynn Lynn Kyaw) 씨는 14일 시위 도중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숨졌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세 친구와 함께 거리 시위에 나갔고 이후 총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나는 군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군부)의 가족들이 똑같은 슬픔을 겪을 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지난주 토요일(13일) 군경의 총탄에 숨진 흘라 민 투(Hla Min Thu) 씨(25)의 가족들은 이튿날 병원으로부터 “시신을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투 씨의 가족들은 “그의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서, 사진 등을 챙겨서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투 씨는 생전에 아이스크림을 팔아 아내와 3살, 5살 자녀들을 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이스크림 장사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자 부업으로 ‘오토바이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사망 당일에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갈 여건이 안 돼 자전거를 몰고 일을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웃들은 “그는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단지 생계를 위해 나갔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슬퍼했다.

일부 시민들은 미얀마 군부가 사망자들의 시신을 빼돌릴 것을 우려해 시신을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집으로 옮겨오고 있다. 14일 시위 도중 뒤통수에 총탄을 맞아 숨진 투레인 린(Thurein Lin) 씨의 시신을 수습한 구급 자원봉사자 관계자는 “시신이 분실될 것을 우려해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집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군부는 3일 시위 도중 숨진 19세 여성 찰 신(Kyal Sin)의 사인(死因)을 조작하기 위해 거의 무덤을 도굴하다시피 했다. 생전 ‘에인젤(Angel)’로도 불린 신은 태권도와 댄스를 좋아해 ‘미얀마 태권소녀’로 불렸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