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세종시(70.68%) 등 일부 지역은 상승폭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시세가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무리하게 인상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제기해왔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차례에 걸쳐 쏟아낸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데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등으로 상처 받은 민심에 또다시 소금을 뿌린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 수직상승한 아파트 공시지가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대폭 상승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세의 90%까지 공시가를 높이기로 하고, 이를 매년 현실화율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가 그 첫해다.그런데 이번에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가 평균 19% 오른 것이다.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한 것이다.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도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기서 실제 집값과 공시지가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두 수치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집값 통계는 샘플 각각의 변동률 평균을 구하는 것이고,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년도와 올해 가격 총액의 변동률을 구하는 것이다. 부동산원 통계 수치보다 공시가격 변동률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종시 공시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가격 순위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변경됐다. 세종의 공동주택 중위가격은 올해 4억2300만 원으로 작년 2억3200만 원에서 82.3% 올랐다. 세종은 대부분 신축 아파트인데다 지역별 생활환경 편차도 크지 않아 집값이 골고루 많이 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선 강남보다 강북권, 특히 노원·도봉·강북(‘노도강’)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넘어설 정도로 올랐던 곳들이다.
● 폭발한 ‘세금 시한폭탄’
올해부터 조정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2배 정도 뛰면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구반포 주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가 지난해 12억8000만 원이었던 아파트가 올해 15억 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520만8000원에서 745만4000원으로 44.1%(222만6000원) 늘어났다. 지난해 17억6000만 원이던 아파트는 2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보유세가 580만2000원에서 778만3000원으로 44.6%(446만1000원)이 증가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폭증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보다 3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강남권 2주택자라면 1억 원을 넘는 보유세가 예상될 정도다. 올해부터 조정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2배 정도 뛰면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세 부담 상한제’와 ‘분납제’도 세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세 부담 상한제는 금액에 따라 재산세 납부액이 전년보다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막는 제도다. 예컨대 전년도 재산세 대비 증가분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3억 원 이하면 5% △3억 원 초과~6억 원 이하는 10% △6억 원 초과는 30% 이내로 제한된다. 분납제는 250만 원을 초과하는 세액에 대해 최대 2개월 간 분할 납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60세 이상 고령자와 5년 이상 장기보유자에 공제를 확대하고,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도 전년도 세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 1주택을 부부 공동 명의로 소유한 경우 1세대 1주택자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 은퇴자 건보료 부담 증가 등 후폭풍
이번 공시가격 인상 여파로 부담스러운 분야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27만 명이다. 또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의 피부양자로 올라 있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1만8000명이 추가로 월 12만 원 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할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보험 가입자는 모두 820만 명 정도다. 이들 중 127만1000명의 보험료는 오른다. 예컨대 공시가격 9억6000만 원(시세 13억7000만 원)짜리 아파트 보유자라면 현재 월 16만9000원의 건보료를 낸다. 그런데 공시가격이 12억 원으로 오르면 건보료는 18만6000원으로 10%(1만7000원)가량 오른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보료 조정은 올해 11월부터 시행된다. 그때 추가될 금액이 결정된다.
정부는 또 공시가가 오른다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재산과표에서 일괄적으로 500만 원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건보료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237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은퇴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보유한 △주택의 과세표준이 5억4000만 원(공시가격 9억 원)~9억 원(공시가격 15억 원)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을 넘거나 △과세표준이 9억 원(공시가격 15억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대상에서 탈락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1만8000명 정도가 피부양자 기준을 초과해 탈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지역가입자가 돼 소득 건보료와 재산 건보료, 자동차 건보료 등을 내야 한다. 즉 올해 11월부터는 매월 평균 23만8000원 넝도의 건보료를 부담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갑작스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절반을 깎아주기로 했다. 11만9000원 정도는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