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News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후 첫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고위 당국자 발언, 언론 브리핑, 설명자료 등을 총동원해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장관의 순방과 맞물린 미국의 이런 강한 압박이 한국의 유화적 제스처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무부는 14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이 한일 순방길에 오르는 시점에 ‘깨질 수 없는 미일 동맹의 재확인’이라는 제목으로 미일 관계와 순방 취지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국무부는 이 자료에서 미일 동맹, 일본과의 우정, 안보 및 경제 협력 등과 함께 ‘한미일 협력 강화’ 항목을 따로 넣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는 폭넓은 글로벌 이슈에서 삼각 협력 활성화는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확대된 한미일 협력 증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이어 “왕성하고 효과적인 삼각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 및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며 “인권 수호, 여성 역량 강화, 기후변화, 역내 평화와 안보 및 법의 지배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미일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에 한미일 삼각협력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한일 관계는 최근 정부가 계속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도 일본은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물밑에서 양국을 동시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보다 자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국무부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미 상원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청문회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양국의 국방 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의 물밑 시도도 이뤄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순방인 이번 한일 방문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우리가 이 지역(한일)을 첫 순방지로 정한 이유는 인도 태평양 지역이 점점 더 세계 지정학의 중심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지역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개방돼 있는 것이 우리의 강한 이익”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이것이 일본과 한국, 미국이 공유하는 목표이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한미일)가 힘을 모으면 중국의 공격과 위협에 훨씬 더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일본에 도착한 두 장관은 16일 일본 외무 국방장관과 2+2 회담을 갖고 17일 한국에 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