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임수 경제부 차장
1월 신임 보험연수원장에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취임했다.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3선 의원 출신의 민 원장은 다른 기관장 하마평에 오르다 연봉 3억 원대의 숨겨진 알짜인 연수원장에 올랐다. 민 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공공기관 친박(親朴) 인명사전’을 펴내며 낙하산 인사를 앞장서 질타해 ‘내로남불 낙하산’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
직전까지 연수원장을 지내던 정희수 전 의원은 곧바로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옮겼다. 정 협회장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내다 당적을 바꿔 문 대통령 대선캠프로 들어간 인물이다. 정치인 출신이 생보협회장에 오른 건 39년 만이다.
정치권 출신이라도 금융 경험이 있고 실력을 갖췄다면 얼마든지 금융권에서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피아 낙하산 가운데 유관 경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함량 미달’ 인사가 많다는 게 문제다.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회계장부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이들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정피아의 상당수가 호시탐탐 정계 복귀를 노리며 외부 줄 대기에 연연하느라 업무에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금융권 특혜 대출과 인사 청탁이 끊이지 않는 것도 낙하산들이 ‘줄값’을 치르느라 자리를 이용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피아 득세에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지는 듯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도 부활하고 있다. 6대 금융협회장 중 5명이 정관계 출신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 6명이 모두 민간 출신이었는데, 금융권 낙하산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금융산업은 미래 패권을 놓고 금융사와 핀테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는 혁신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리더는 이 변화를 따라잡는 전문성은 물론이고 코로나 위기로 부상한 금융의 새 역할까지 고민하는 식견을 갖춰야 한다. 이 자리를 부적격 낙하산 인사들이 꿰차는 일이 반복될수록 민간의 혁신 에너지는 사라지고 한국 금융은 퇴보한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