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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코로나만큼 위험… 미래 이끌 젊은층이 해결 나서야”[파워인터뷰]

입력 | 2021-03-16 03:00:00

‘세계 30대 정치인의 기수’
오히살로 핀란드 내무장관



핀란드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내각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오히살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는 “정책을 수립할 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의 목소리부터 점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배출 감소 같은 세계경제의 체질 개선에 적응해야 정부든 기업이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내무부 제공


《‘세계 30대 정치인의 기수’로 꼽히는 마리아 오히살로 핀란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36)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특히 각국 빈곤층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나 역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낸 만큼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6월부터 녹색당 대표를 맡고 있는 오히살로 장관은 같은 해 12월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산나 마린 총리(36)가 세계 최연소 여성 국가수반이 됐을 때 마린 총리와 연정을 구성해 장관에 올랐다. 두 사람을 포함해 연정 소속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이 중 4명이 30대로 젊은 바람을 일으켜 큰 주목을 받았다.》


1985년생인 그는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부모는 가난했고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까지 있어 어린 시절 집이 아닌 보호소에서 지냈다. 2008년 녹색당에 가입한 후 2017년 시의원, 2019년 국회의원을 거쳤고 젊은 나이에 입지전적 성공을 거뒀다는 이유로 마린 총리와 함께 핀란드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 불린다. 한국 영화와 김치를 즐기며 특히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버닝’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당초 대면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최근 유럽 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서면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핀란드는 다른 유럽국에 비해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기 전에는 기본 방역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모임 및 접촉을 최소화하고 손을 잘 씻는 일 등이다. 이런 행동이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해결책이다. 그래야 식당에 가고 공연을 보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15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인구 550만 명인 핀란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6만6000명, 780명을 넘었다. 인구 1000만 명인 이웃 스웨덴이 한때 집단면역을 추진했다 사실상 실패하는 바람에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1만 명, 1만3000명이 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오히살로 장관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하고 올해 초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국경 통제, 입국 제한 등을 선제적으로 단행해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전 세계의 백신 양극화가 심각하다.

“한 국가 혹은 일부 지역에서만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친다고 해서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 끝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언제든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서로 방역 정보와 물자를 공유해야 한다. 전염병 시대에 세상을 움직일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통합(unity)’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이 컸지만 배운 것도 많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잘 모여 살 수 있는가’ ‘자신의 이익이나 욕구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등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 가족, 주변 사람을 보호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일상을 바꿔야 한다. 이런 시기에 지도자의 덕목 또한 ‘공감과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지도자는 정책을 수립할 때 목소리를 충분히 내기 어려운 약자의 목소리부터 청취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의 집권 연정에도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 ‘소수당’이었지만 각국에서 당당한 ‘주류 정당’으로 부상한 느낌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변화, 빈곤, 인종차별 등도 전 세계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치명적 바이러스’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과 빈곤 해소를 주창하는 녹색당의 정책이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유럽 전역에서 연초부터 한파, 폭설, 홍수 등 이상기후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인다.”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높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이 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 빨리, 더 잘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기업의 성공과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규제 강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과 국가는 번창할 것이고 기존 관성대로 일하는 기업과 국가는 반대일 것이다. 나 같은 젊은 정치인이 증가하는 현상 또한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 세대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젊은이들이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더 많은 젊은이가 투표를 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젊은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린 시절 어려움으로 좌절한 적은 없나.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나도 그랬다. 다만 좌절감을 느끼기만 해선 안 되고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행동해야 한다. 내가 겪은 어려움을 다른 사람은 겪지 않도록 더 나은 ‘복지국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10대 시절 참석한 녹색당 청소년 행사에서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 이후 당 청년부 의장, 부위원장, 대표 등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 역시 불평등과 빈곤 감소다. 유엔도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중 첫 번째 과제로 ‘모든 형태의 빈곤을 어디에서나 종식시키는 것’을 내세웠다. 특히 코로나19로 각국 빈곤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는 양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힌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면 남녀 고용률 격차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남녀가 보육 책임을 균등하게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렴한 보육시설 확대와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이 남성이 많은 분야로 진출하고, 반대의 사례도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남자가 간호사나 유치원 교사가 되고 여성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젊은 장관답게 게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비디오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이 e스포츠 분야의 강국인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 김치도 잘 먹는다. 매운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김치는 많이 먹을 수 있다.”

마리아 오히살로 핀란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 1985년 헬싱키 인근 베살라 출생
△ 2011년 헬싱키대 사회과학 석사
△2013∼2014년 녹색청년학생연합 공동대표
△ 2017년 동핀란드대 사회과학 박사
△ 2017년 헬싱키 시의원
△ 2019년 4월 국회의원(하원·헬싱키) 당선
△ 2019년 6월∼현재 녹색당 대표
△ 2019년 12월∼현재 내무장관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