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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스캔들’로 텃밭 내준 獨여당… ‘포스트 메르켈’ 먹구름

입력 | 2021-03-16 03:00:00

기민당연합, 2곳 주의회 선거 패배




14일 보수 성향이 강한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주의회 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연합이 패했다. 두 지역 모두 ‘기민당 텃밭’으로 불렸지만 여당 정치인들이 방역 마스크 관련 뒷돈을 받은 ‘마스크 스캔들’이 불거지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도 지지부진하자 민심이 돌아섰다. 1월 기민당 대표에 오른 아르민 라셰트(60)가 취임 후 첫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그가 올해 9월 16년 장기집권을 마감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가 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 또한 남은 기간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 결과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녹색당이 32.6%로 1위, 기민당은 24.1%로 2위를 기록했다. 사회민주당(11.0%), 자유민주당(10.5%),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9.7%) 등이 뒤를 이었다. 인근 라인란트팔츠에서도 사민당이 35.7%로 1위를 차지했고 기민당은 2.77%에 그쳤다.

포르셰, 다임러 등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본사가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는 201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4만7000유로(약 63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부유한 곳이다. 라인란트팔츠 역시 기민당을 이끌며 16년간 총리를 지낸 ‘보수 거두’ 헬무트 콜 전 총리의 고향이이어서 기민당 지지세가 강하다. 이런 곳에서 기민당이 대패한 것은 소속 니콜라스 뢰벨 의원이 최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며 한 마스크 제조사로부터 25만 유로(약 3억4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뢰벨의 지역구는 바덴뷔르템베르크 내 주요 도시인 만하임으로 그가 5일 사퇴했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 게오르크 뉘슬라인 원내 부대표 역시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3일 기준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에서 독일은 10.6회로 영국(37.2회), 덴마크(14.2회), 스위스(12회) 등 주변국에 비해 적다. 온라인에서는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생산하는데도 왜 이렇게 속도가 더딘가” “예약부터 접종까지 최대 10단계를 거쳐야 하는 관료주의 행정 절차를 당장 폐지하라”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 디벨트는 “기민당에 암흑기가 시작됐다. 기민당이 16년 만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