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 中, ‘중립’ 주장하며 사실상 군부편… 유엔 안보리의 군부 제재에도 반대 “군부 배후에 중국” 불매운동 확산… 14일 38명 사망… 쿠데타 이후 최다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14일 하루에만 최소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상 최악의 날(deadliest day)’로 기록됐다고 로이터통신과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 등이 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최소 59명이 숨졌다고 전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후 일일 기준 최악의 인명 피해가 확실시된다. 쿠데타 후 줄곧 군부를 규탄한 국제사회와 달리 ‘중립’을 주장하며 사실상 군부를 편들었던 중국을 향한 미얀마인의 반중(反中) 정서 또한 끓어오르고 있다.
14일 사망자 38명 중 22명은 최대 도시 양곤의 흘라잉타야 지역에서 나왔다. 중국계가 소유한 의류 공장이 밀집한 곳으로 시위대가 공장을 공격하자 군경이 ‘무차별 발포’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쿠데타 이후 누적 사망자가 134명을 넘겼다고 전했다.
미얀마 시민의 반중 정서는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진하던 군부에 대한 제재가 중국 등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군부와 시위대 모두 자제해야 한다’ ‘(국제사회 대신) 당사자끼리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군부의 민간인 탄압을 방관해 왔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15일 양곤의 중국 공장 32곳이 시위대 습격으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반중 세력, 홍콩 분리주의자의 영향을 받은 미얀마인들이 습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중 세력이 공장 습격을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한국인, 대만인 소유의 공장들은 서둘러 자국 국기를 내걸며 중국과 관계가 없음을 강조했다.
군부는 14일 흘라잉타야, 슈웨피타르, 15일 북다곤, 남다곤, 다곤세이칸, 북오칼라파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 6개 지역은 양곤 내에서도 사망자가 특히 많이 발생한 곳이다.
15일 오전부터 현지에서는 휴대전화 인터넷도 끊겼다. 군부가 이끄는 법원은 이날 예정됐던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세 번째 화상 공판을 돌연 24일로 연기했다. 수지 고문은 1일부터 수출입법 위반 및 국가재난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상태다.
이은택 nabi@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