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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에 스토킹’ 정의당 女당원 “여전히 사과 듣지 못했다”

입력 | 2021-03-16 07:53:00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정의당 전남도당 고위 간부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는 청년당원 A씨(23·여)는 “정의당에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사과는 커녕 한마디 입장문 조차 내지 않는 당과 가해자에게 분노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의 이미지에 피해가 갈만한 경험을 고백했다는 점에서 당에서 ‘구제불능인 존재’가 돼 다시는 당에 돌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날 당기위원회가 발표한 B씨(33)의 제명 처분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A씨는 “당규에 의하면 제명 이후에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입당이 가능하다”며 “영구제명이 아니므로 당장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당은 서면조사를 요구하는 나에게 직접 당사에 방문해 진술하길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난 토요일 발표 예정이던 제소 결과도 당일 밤이 되서야 일방적으로 미뤄졌다 통보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제명 역시 당이 내린 벌이지 내가 내린 벌이 아니다”며 “나는 B씨에게 진심어린 사과, 정의당에게 공식적인 입장발표와 사과를 받고싶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A씨와 일문일답.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극심해진 우울증으로 얼마 전 퇴사를 한 뒤 오늘(16일) 대학병원 입원을 앞두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차례 감정이 바뀐다. ‘네 잘못이 아니다, 함께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고 위안을 얻다가도 나의 고통을 부정하는 자그마한 댓글과 일부 유튜버들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감정이 곤두박질 친다.
또 당에 피해가 갈 만한 경험을 고백했다는 점에서 ‘내가 정의당 내에서 완전한 구제불능이 되었구나. 다시는 당에 돌아갈 수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고있다.

-현재까지 B씨 혹은 당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 제명이라는 제소 결과가 발표됐지만 여전히 B씨와 정의당 측은 묵묵부답이다. 사과는 더욱이 없다.
처벌이 발표된 현 시점에도 중앙당과 전남도당 모두 사건에 관심을 가진 몇 위원장이 개별적으로 행동할 뿐 입장문 하나 내놓지 않고있다.
제소 결과 발표도 당사자인 나에게 알리기보다 홈페이지 게시가 먼저였다. 제명도 기사를 보고 알게됐다. 실망스럽고 황당하다.

-‘제명’ 처분, 마음에 드나.
▶당 차원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처벌 수위가 제명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은 알고있다.
그러나 당규에 의하면 제명 처분 이후에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입당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영구제명이 아니므로 당장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2년전의 사건을 알리게 됐나.
▶내가 죽어야 만이 B씨가 그에 응당하는 대가를 치룰 것이라 생각해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또 점점 우울증세가 심해지며 회사를 관뒀다. 그러나 가슴 아파하는 가족을 견딜 수 없었고 여전히 정당 활동을 하고 잘 지내는 B씨의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

-스토킹 당시, B씨의 태도는 어땠나.
▶신입회원으로서 챙겨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수위가 심해졌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와 SNS 메세지가 ‘폭탄’처럼 쏟아졌고 그 마저도 대답하지 않으면 발신번호표시제한 전화가 걸려왔다. 싫다고 거부의사도 밝혔지만 다음날이 되면 또 연락이 왔다.
그의 거듭된 집착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감을 느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피폐해질 수록 그는 나에게 더 집착했고 자신때문에 고통받는 나를 오히려 ‘동정’하며 자신에게 의지하길 원했다.

-당이 처음 사건을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지난달 4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건을 거론했다. 이틀 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부터 “도움을 주겠다”며 연락이 왔고 이 사실이 곧바로 김토담 전남도당 청년정의당 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있다. 전남도당과 B씨도 이때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안다.

-사건 인지 후 당의 태도는.
▶제소장 접수 후 5일만에 조사위원회를 꾸려 회의를 진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건해결은 순조롭게 흘러갔고 당도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서면조사를 요구하는 나에게 직접 당사에 방문해 얼굴을 보고 만나 진술하길 강요하는 등 인권을 중시하던 정의당에 너무도 실망이 가는 행보가 이어졌다.
또 지난 13일 예정이던 당기위 제소 결과(B씨의 처벌 결정) 발표가 일방적으로 미뤄졌다. 당일날 밤까지 한참이나 기다렸으나 깜깜무소식이었다. 직접 당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15일로 변동되었음을 들었다.

-제소 결과 발표가 왜 미뤄졌다고 생각하나.
▶공교롭게도 그날 해당 사건이 처음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당기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추측이지만 아마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주려다가 언론 반응을 보고 다시 한번 회의를 거쳐 올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제명이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달이라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당을 기다릴 수 없어 언론에 사실을 알렸는데 결과적으로 당이 아닌 언론이 사건을 해결한 셈이 됐다.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정의당에서 스토킹 범죄가 있었다.
반드시 B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길 바란다. ‘제명’이라는 벌은 당이 내린 벌이지 내가 내린 벌이 아니다. 나는 사과를 받고 싶다.
또 정의당 중앙당과 전남도당에서도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정의당’ 자체를 보고 입당했던 것이고 그 울타리 안에서 피해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갖고 도와준 만큼 이제 훌훌 털고 다시 제자리로, 정상적인 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앞서 A씨는 2년전 당내에서 이뤄진 스토킹으로 극심한 우울증세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사연은 지난 13일 “정의당 간부, ’예쁘다 만나자‘ 스토킹”…20대 女당원 자살시도까지’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편 정의당 전남도당은 청년 정의당원 A씨를 3개월간 스토킹(성폭력)한 혐의로 당대회 대의원 등의 직책을 맡아온 간부 B씨에게 전날 ‘제명’을 선고했다.

전남도당은 “B씨는 당을 대변하는 모범을 보여야 마땅한 직책을 수행하며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엄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성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당의 강령정신을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에 대한 신뢰감에 깊은 상처를 주었으며 B씨가 이 사건으로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등 치유불가능한 고통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을 양정의 가중요소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