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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보름, 문대통령의 첫 사과…분노한 민심 달랠까

입력 | 2021-03-16 18:26:00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3.16/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사전투기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이나 진행 중인 진상조사만으로는 성남 민심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태를 ‘부동산 적폐 청산’으로 규정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상황에서 여론이 문 대통령의 사과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가야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14일만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 겸 지획재정부 장관이 앞서 거듭 사과했지만, 민심이 악화되자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LH 사태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태에서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했다는 점에서 여느 이슈보다 폭발력이 크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처음으로 부동산 문제와 관련 사과까지 한 바 있다. 부동산 문제로 이번까지 두 번째 사과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2·4 공급대책의 후속 입법에 대한 기초 작업은 마무리하라고 한 것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막기 위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번 계기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그동안 문 대통령이 적절한 사과 시점을 고려한 결과,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된 후인 이날 직접 국무회의 형식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글을 통해 “LH 투기 의혹에 공분을 느끼는 국민들의 허탈한 마음에 진정성 있게 응답을 하신 것”이라고 사과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 국무위원 앞에서 이번 일에 대한 송구한 마음과 함께 부동산 적폐를 청산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다짐을 밝힌 것이 오늘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문 대통령의 사과와 ‘부동산 적폐 청산 카드’가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다.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이미 빗발쳤던 상황에서 사과 시점이 적당했는지 의문이 따라붙기도 한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사과에 즉각 반응해 “부동산 적폐를 완벽히 청산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겠다”(허영 대변인)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다음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 거래법 등 LH 5법 처리도 추진 중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