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전경.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종부세 내려 주식해야 할 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확인한 집주인들의 불만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이 주로 불만을 제기했던 과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 넘게 오르면서 서울 강북과 지방에서도 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 원 초과 주택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 씨(38)는 3년 전 전세를 끼고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59㎡)’를 산 뒤 올해 처음 종부세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이 지난해만해도 8억40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종부세 부과 기준(9억 원) 초과인 9억8300만 원으로 올랐다. 그는 “외벌이라 지금 월급도 빠듯한데 종부세까지 내려면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부산 남구 ‘더블유(W)아파트’(122㎡)에 사는 A 씨는 올해 보유세가 작년보다 400만 원 가량 늘어난다. 지난해 7억10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13억2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산세로만 110만 원을 냈는데 올해 처음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예상 보유세만 500만 원이 넘는다. 그는 “집으로 시세 차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혼자 돈을 버는 입장이라 황당하다”며 “세금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할 지경”이라고 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정모 씨(63)는 “집값이 오른 게 내 잘못인가, 오히려 정부가 올린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 공시가격 산정기준에 의문 제기
잠실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이 강남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2021.01.11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 사는 황모 씨(62)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3년간 14% 올랐다고 말해온 정부가 공시가격을 1년 만에 19% 넘게 올리는 이유는 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실제 1년 전보다 실거래가격이 떨어졌는데 공시가격은 오른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 성북구 A 아파트는 전용 84㎡ 실거래가가 2019년 4억9500만 원에서 지난해 4억9100만 원으로 하락했지만 공시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마포구 ‘래미안공덕3차’ 소유주인 김모 씨(39)는 “시세에 맞춰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고가주택 기준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가주택 기준은 9억 원은 2008년 이후 13년째 그대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