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여자아이 100명이 태어날 때 남자아이가 태어나는 비율, 즉 ‘출생성비’가 104.9명이었다고 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출생성비가 103∼107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확히 중간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관련 데이터가 남아있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라고 통계청이 밝혔다.
남아 선호 사상이 뿌리 깊었던 30년 전만 해도 상황은 많이 달랐다. 1980년경 시작된 출생성비 불균형은 1990년 정점에 달했는데 당시 한국의 출생성비는 116.5명으로 자연 상태를 심하게 벗어났다. 유교문화의 잔재에 의학기술의 발달이 더해지면서 태아 성(性) 감별 및 낙태를 통해 남자아이만 골라 낳은 가정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1993년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는 209.7명이란 극단적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숫자도 지난해엔 106.7명으로 정상이 됐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남아 선호가 강한 나라에선 여전히 출생성비가 110명이 넘는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길고, 사건·사고 사망자도 남성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 남초 출산이 없는 사회는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게 정상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80.3년, 여자 86.3년으로 6년 차이가 난다. 외국인의 경우 남성의 취업이민이 많은데 이를 고려해 외국인을 뺀 주민등록 인구로 계산하면 한국은 2015년 6월에 이미 여성 인구가 남성을 앞질렀다. 외국인까지 더하면 한국은 2029년에 진짜 ㉠여초 사회에 진입할 전망인데 출생성비 하락은 그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출생성비를 왜곡하던 남아 선호가 자취를 감춘 데엔 고령화에 따른 의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이 많이 돌려보는 ‘어느 요양원 의사의 글’의 내용은 이렇다. “요양원 면회 온 가족의 위치를 보면 촌수가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서 챙기는 여성은 딸, 그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건 사위, 문간쯤에 서서 밖을 보는 남자는 아들이다.” 과장된 우스개지만 자녀와의 ‘정서적 교감’이 노후 생활에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인구 구조를 바꿔 놓고 있을 수 있다.
동아일보 3월 4일자 박중현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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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성비
② 1990년 우리나라의 출생성비
③ 지난해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