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실어나를 항공편 줄었지만 반도체-의약품 등 수출물량 늘어 kg당 수출단가 36만원으로 치솟아… 물건값보다 운송비가 비싼 경우도 중견-중소 수출기업들 물류난 호소… 전문가 “민관 합동 지원책 필요”
유럽에서 기계 부품을 수입하고 있는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항공기로 부품을 공수하려다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부품당 운송 단가를 계산해 보니 항공 화물 운임이 너무 올라 수입하려는 부품 값보다 운송비가 더 비싼 상황이 벌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급하게 필요했던 부품이라 어쩔 수 없이 감수했지만 이런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불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 화물 운임이 오르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항공편 감소로 물건을 실어 나를 비행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특히 대기업에 비해 여건이 어려운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의 물류난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 화물 수출단가는 1kg당 평균 323.02달러(약 36만 원)로 2019년(278.69달러)보다 15.9%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1kg당 평균 3달러 초반이던 항공 화물 운임지수(홍콩∼북미 노선 기준)는 지난해 5월(8.4달러)을 정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올 3월 현재 6달러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로 올랐다.
해상으로 수송되던 물량이 항공 물량으로 넘어온 점도 운임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국 등의 내수 회복으로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자 배를 구하지 못한 일부 기업이 항공기를 급하게 찾은 일도 발생했다.
미국으로 마스크 기계를 보내야 했던 B사는 컨테이너선을 구하지 못해 비행기로 보냈다. 그나마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기계를 분해해 부품별로 나눠 보냈다. 물류비가 선박보다 다섯 배 이상 더 들었지만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항공운송업체 관계자는 “장기 물량 계약을 맺는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런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은 부담이 크다. 조금이라도 깎아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의 올 2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애로 요인으로 ‘물류비 상승’을 꼽은 기업이 20.3%(복수 응답)에 달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