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멘토로서 그의 모습은 영화 ‘여배우들’(2009년)에서 이미 돋보였다. 이미숙 고현정 등 쟁쟁한 후배 여배우들과 함께 출연했던 이 영화는 배우들의 실제 삶이 반영된 즉흥 대사가 많았다. 윤여정은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인간의 본성이 나만 주목받고 싶은 것이지만 그건 욕심”이라고. “살아보니 박수를 받으면 돌멩이질도 그만큼 받더라.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 분할 것도 억울해할 것도 없다.”
▷윤여정은 1966년 TBC 탤런트 공채 3기로 데뷔해 연기생활 55년째다. 한양대 국문과 재학 시절 신종 직업으로 뜨던 탤런트에 도전했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딸들을 키우는 양호교사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서. 드라마 ‘장희빈’과 영화 ‘화녀’로 유명해진 뒤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 가서 13년을 살았지만 헤어졌다. 고생하며 아이들을 키운 건 그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 자신도 ‘생명력 강한 미나리’였다.
▷윤여정은 욕심의 힘을 뺀 궁극의 나이스 스윙을 떠올리게 한다. 나이 들었다고 무게 잡지 않고, 밥값을 내고, 남 탓 안 하며, 유머가 있다. 아카데미 후보로 오르자 “여러분의 응원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워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창창한 나이일 때는 빨리 깨질수록 좋다.” “나는 나같이 살면 된다.” “인생이 별거 아니다. 재밌게 사는 게 제일이다.” 윤여정은 요즘 말로 ‘찐멘토’(진정한 멘토)다. 기성세대도 미래세대도 한국인도 미국인도 그에게서 세상을 살아갈 힘과 위로를 얻는다.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마저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