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상을 둔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형제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줘야 한다. 열흘 전 이라크 우르에서 있었던 일은 좋은 예다.
우르는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고대도시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조인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수메르 문명이 꽃핀 곳이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그곳에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였다. 그 모임의 서두에서 한 사람은 성서를, 다른 한 사람은 꾸란을 낭송했다. 당연히 아브라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브라함이 신의 분부로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는 대목은 성서로, 자식이 없는 늙은 아브라함에게 두 아들, 즉 이스마엘과 이삭을 주신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대목은 꾸란으로 낭송됐다. 그것은 낭송이라기보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증언에 가까웠다.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둔 사람들이 우르에 모인 것은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이었다. 교황은 앞서 두 사람이 낭독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창세기를 언급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네 자손이 저렇게 많이 불어날 것이다.” 신이 아브라함에게 많은 자손을 약속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자손들은 별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종교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같은 종교 안에서도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