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위켄드-‘Blinding Lights’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팝 음악에 그리 관심이 없거나 밝지 못한 이들에겐 위켄드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최고’의 팝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가다. 2월엔 당대 최고의 팝 스타만 설 수 있다는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쇼를 선보였다. 2019년 11월에 나온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52주 동안 10위에 머무는 기록을 세우며 2020년을 지배했다. ‘2020년의 노래’로 손색이 없으며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절대적인 인기 때문에 위켄드는 더 큰 좌절을 맛봐야 했다. 14일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위켄드와 ‘Blinding Lights’는 단 한 부문에도 후보로 오르지 못했다. ‘Blinding Lights’와 노래가 수록된 앨범 ‘애프터 아워스(After Hours)’가 상업적 성공만을 거둔 거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음악적으로 호평받았고, 상업적으론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성적을 거둔 노래와 앨범이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래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리코딩 아카데미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사실 리코딩 아카데미 내부 구성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가들에게 꿈의 무대였고 선망의 시상식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수상 실패를 아쉬워하는 이유도 이에 있다. 하지만 그 꿈의 무대는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 성별, 인종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며 권위마저 잃어가고 있다. ‘백인 아저씨’들을 위한 시상식이란 조롱은 과거엔 괜찮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괜찮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해시킬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권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그래미는 ‘올해의 노래’를 허(H.E.R)에게 주는 파격을 선택했지만, 팝 음악을 들어온 이들에게 2020년의 노래가 ‘Blinding Lights’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지금 변하고 있는 건 그래미의 권위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