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쓰는 오스카… 아시아계-흑인 배우 9명 후보에 올라
15일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를 발표한 직후 외신과 평단이 가장 주목한 건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다. 아카데미는 비백인 배우를 후보로 지명하는 데 박했지만 그중에서도 아시아계 여배우를 후보에 올리는 일은 더 드물었기 때문. 역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든 아시아계 배우는 ‘다크 에인절’(1935년)의 멀 오버론(인도계 영국인)이 유일하고, 여우조연상 후보는 ‘사요나라’(1957년)의 우메키 미요시(일본) 등 3명이었다. 두 부문을 합쳐 4명의 후보자 중 수상한 이는 우메키 단 한 명. 윤여정이 수상할 경우 아시아계 여배우로는 우메키 이후 64년 만이다.
스티븐 연도 ‘아시안 장벽’을 무너뜨렸다. 스티븐 연이 상을 받을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의 주연상 수상이 된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39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역대 3명의 아시아계 배우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 중 ‘왕과 나’(1956년)의 율 브리너(몽골계 러시아인)와 ‘간디’(1982년)의 벤 킹즐리(인도계 영국인)가 수상했다.
스티븐 연은 후보 지명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가 아시아계 배우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내 위치에서 가능한 한 솔직하고 진심을 다하고 싶다. 나에겐 많은 특징들이 있고, 그중 하나는 내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든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신도 아카데미가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우주연상 후보 5명 중 스티븐 연을 비롯해 파키스탄계 배우 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까지 3명이 비백인이다. 아카데미 역사상 남우주연상 후보 과반이 비백인인 건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도 역대 최다인 3명(윤여정, 스티븐 연, 리즈 아메드)이 후보에 들었다. 흑인 배우의 후보 지명도 늘었다. 보즈먼을 비롯해 비올라 데이비스, 안드라 데이, 대니얼 컬루야, 레슬리 오덤 주니어, 키스 스탠필드까지 총 6명의 흑인 배우가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계와 흑인 후보는 모두 9명으로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다.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는 “지난해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을 비롯해 아카데미가 아시아계 배우들을 무시해온 수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아시아계 배우 3명을 노미네이트했다”고 전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스카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의) 배우 후보를 지명한, 분수령이 되는 해”라고 평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