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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피의 일요일’에만 최소 73명 사망…누적 200명 육박

입력 | 2021-03-17 11:26:00


미얀마에서 쿠데타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피의 일요일’로 불렸던 14일에 최소 7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외신이 전한 ‘38명’보다 배에 달하는 희생자가 나온 것. 또 지금까지 민주화 시위 도중 숨진 사람이 200명에 육박한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명피해에 미얀마 시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자체 무장과 내전(內戰) 조짐까지 일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일어난 뒤 지금까지 민주화 시위 관련 사망자는 총 193명”이라고 보도했다. 또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14일 하루 동안 “최소 73명의 시위대가 숨졌다”고 전했다. 당초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사망자 규모를 38명으로 집계했으나 그보다 훨씬 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측 인사인 사사 유엔 미얀마 특사를 반역죄 혐의로 기소한다고 관영TV를 통해 발표했다. 사사 특사는 미얀마 민주진영 의원들이 만든 임시정부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인사다. 현재 신변안전 상의 이유로 해외에 체류 중인 사사 특사에게 반역죄가 적용된 만큼, 그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사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간 사사 특사는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그는 이날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부가 권력을 내놓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을 겨냥해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내놓지 않으면 리비아의 독재자 무함마르 알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혹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다피는 2011년 나토(NATO) 군의 공습에 쫓겨 달아나다 리비아 과도정부군에 발각돼 생포됐으나 부상이 악화돼 숨졌다. 후세인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작전으로 체포된 뒤 2006년 사형당했다. 빈 라덴은 2011년 미국 특수부대에게 사살당했다.

사사 특사는 민주진영 인사 중 처음으로 미얀마 사태가 내전(內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밝혔다. 이날 그는 “유혈 진압으로 이미 180명 이상의 시민들이 희생된 상황에서 미얀마 시위대는 스스로를 방어(defend themselves)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만약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군부를 향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얀마 시민들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자체 무장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가 속한 CRPH도 최근 미얀마 전역의 무장세력 지도자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 특사는 자신이 반역죄로 기소됐고 사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알자지라는 “그가 기소당한 뒤에도 여전히 군부를 비판했고 대담했다”고 보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