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북한 김정은 배상 판결 두 얼굴, 미국은 선박 몰수, 한국은 안면 몰수 [화정안보포커스]<4>

입력 | 2021-03-17 11:30:00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달 북한에 대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1968년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정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나포한 푸에블로호 사건과 관련, 23억 달러 약 2조5천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나포 당시에 고문,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 승조원, 승조원 가족, 유족 171명에게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은 3년 전에도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가족들에게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분단이후 처음으로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서울 지방법원이 탈북 국군포로 두 분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하라고 판결을 했습니다. 역사의 법정에 시한이 없고 반인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데 있어서 남북에 구분이 없다고 하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푸에블로호 배상을 계기로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손해배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오늘 구충서 변호사님을 모시고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구 변호사님은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탈북 국군포로 소송을 대리하고 계십니다.





Q. 먼저 지난해 7월에 나온 판결이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작년에 소송 대리하신 것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작년 2020년 7월 7일 서울 중앙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귀환한 국군포로 두 분이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피고 2를 김정은으로 해서 국군포로 6.25전쟁 휴전이후에 국군포로를 당연히 송환해야 하는 데도 송환하지 않고 북한에 그동안 억류하고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시키고 이런 비인도적이고 불법행위를 저지른데 대해서 판결이 선고 되었습니다.

이분들이 탈북을 해서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2000년 2001년 이 무렵입니다. 이 분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라 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이가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하라 이런 판결을 한 것입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북한이라는 단체 또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그 수령인 김정은을 피고로 우리 법정에 세우고 우리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재판권을 행사해서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경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피고로 했지 그 수령인 김정은을 피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배상금을 받는데 북한을 피고로 하면 충분하지 그 수령 개인에 대한 책임, 이것까지는 안했습니다. 저희들은 그것은 아니다 이 불법행위는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 김정은으로 세습 독제체제가 상속되어 가면서, 그런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것은 그 수령이다. 1차적인 책임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 그리고 그 수령의 잘못으로 인한 배상책임은 그 단체인 북한, 북한이 같이 지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을 한 것인데 우리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재판권을 행사해서 판결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판결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우리나라 헌법상 법체계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주권면제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고 우리 법정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법리를 전개했던 것입니다. 그런 대단히 큰 의미가 있고 최초의 판결을 우리 법원이 판례로 남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은 나왔는데 이제는 그 판결에서 나온 배상금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는지가 관심인 것 같습니다. 미국 웜비어 부모의 경우에는 미국이 억류하고 있는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을 하고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이나 돈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경우에도 국내 방송사들이 북한 방송을 이용한 이용료를 법원에 공탁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이 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어떤 법적인 수단과 방법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개선에 치중하다 보니 부정적으로 나온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A. 우선 문재인 정권이 뭐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문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법률적으로 주장해서 판결을 받았고, 또 그 판결에 의해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판결을 집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하고 관련이 없고, 문재인 정권이 그런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집행을 막을 방법도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문제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판결을 받으면 뭐하냐 그 판결을 가지고 돈을 집행을 해서 받을 수가 있어야지 판결만 받으면 뭐하느냐 하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었고, 또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나라에 북한의 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내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한다면, 임종석씨(전 대통령 비서실장)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2005년 북한에 저작권 사무국이 있는데 북한 내각에 설치된 기관입니다.

북한에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북한의 저작권법에 보면, 북한의 저작권 사업에 필요한 대리기관을 둘 수 있고 이 경우에 내각의 승인을 받아야 되고, 북한의 저작권자는 그 저작 권리를 다른 나라 법인이나 개인에게 양도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저작권 사업의 대리 기관으로 저작권 사무국을 둔다라고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로 이야기 하면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은 북한의 정부기관으로서 북한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 사업에 대한 대리권을 위임받은 법적인 기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저작권 사무국이 경제문화협력재단 임종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경문협하고 2005년에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저작권 사무국이 경문협에게 북한 저작물을 남한에서 사용하는 그 계약 체결하는 권리, 사용료를 책정하는 권리, 사용료를 징수하는 권리 등을 다 위임한다는 약정서를 맺었습니다.

경문협이 2005년 그 때부터 북한 저작물 중에 주된 것이 북한 조선중앙tv의 방송화면 이런 것입니다. 영상 저작물입이다. 우리가 이번에도 북한에서 당 대회를 할 때 영상을 갖다 쓰지 않습니까. 그 저작권료 합의서를 가지고 방송국에 다니면서 KBS, MBS 종편 등에서 사용료를 징수를 했습니다. 징수를 해서 통일부의 허가 승인을 받아서 중국 북경을 통해서 달러로 바꿔서 북한으로 송금을 계속 했습니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나고 대북 송금이 금지되는 바람에 매년 거둔 이 저작권 사용료를 북한에 전달을 못하니까 법원에 공탁을 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매년 대충 한 2억 정도 되는 돈을 징수를 해서 공탁을 해 두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정도 우리가 판결을 받았을 때 보면 약 20억 원 정도가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자 그러면 이 저작권 사용료가 누구 것이냐,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이라는 북한 정부 내각 기관이 당사자가 되고, 우리 쪽의 경문협하고 계약을 체결해서 너에게 위임할 테니 너희가 남한에 북한 저작권 사용을 너희가 계약을 하고 사용료를 징수를 해서 우리한테 줘라고 계약을 했다면 그 받을 당사자는 저작권 사무국이라고 일단 볼 수 있겠죠.

그러면 그 저작권 사무국은 뭐냐, 북한의 정부기관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보면 문화체육부 산하에 저작권 사무국이 있어 계약을 하면 그 당사자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그 채권자는 그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자는 북한이다.

그런데 우리가 판결을 어떻게 받았느냐. 북한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주라고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저작권 사용료를 북한에 주지 말고 원고들 국군 포로들에게 지급해라라는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을 해서 추심명령이 났습니다. 법원이 그렇게 하라는 추심명령을 해 준 것입니다. 그래서 경문협은 북한에 주지 말고 원고들에게 주라 그렇게 판결을 했고 추심명령을 내렸는데 지금 경문협이 그 추심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거부를 하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또 소송을 해야 합니다. 지금 추심금 소송을 하고 이 추심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Q. 지금 말씀하신 것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상반되어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웜비어 부모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 몰수한 선박의 소유권을 주장을 하니까 미국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몰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것을 처분 해서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미국의 이런 진행을 보면서 참고를 할 내용은 없겠습니까.

A. 미국의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 집행은 우리 경우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이 판결뿐만 아니라 북한을 피고로 해서 어떤 판결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서 외국에 있는 북한의 재산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인가.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처음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억류했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집행 판결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외국 주권면제법이라는 미국의 국내법이 있어서 그 국내법이 정한 바에 따라서 재판권도 행사하고 집행도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국내법 특별법이 없기 때문에 미국하고 조금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 있는 재산이 아니면 외국에 나가서 집행하는 것은 이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생각이 듭니다.

Q. 작년 7월 처음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난 다음에 다른 탈북 국군 분포 분들께서도 추가로 소송을 했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고요. 국군포로 뿐 아니고 분단 이후 북한의 이러저러한 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사례가 많은데 최근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는 보도 있었습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A. 이 판결 이후에 이제 다른 국군포로 다섯 분이 원고가 돼 가지고 똑같이 북한 김정은을 피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서는 이 소장 송달을 지금 벌써 몇 개월이 경과했습니다만 공시송달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들이 소송 대리인들이 공시송달요건이 되니까 북한의 김정은에게 송달을 방법이 없으니까 공시송달 해주세요 하고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송달 처리를 안 해 주고 있는 상태라 그 소송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그 다음에 국군포로 분들은 아닌데 제 경우에 6.25 때 전시 납북된 납북자와 그 가족 분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지금 하고 있고 제가 소송대리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납북자 정인보 선생님의 후손과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의 기자(이길용 기자) 그 분의 후손이라든지 우리나라 최초의 변호사의 후손 이런 여러분들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것도 재판부는 공시송달 처리를 해 주었습니다.

지금 재판 준비가 다 끝난 상태라서 아마 곧 변론기일이 지정이 되고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외에도 연평도 포격 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개성공단에 있던 우리가 연락사무소 폭파 했지 않습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그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고, 또 지금 이 판결이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하면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하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뭐 이런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Q. 분단 이후 북한의 반인권 행위를 재판을 통해서 배상을 받아 낸다는 것은 지금 저희가 봐 온 것처럼 굉장히 지난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일부 보여줬고 저희 판결도 나왔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굉장히 힘든 소송을 구 변호사님께서 맡고 계신데 어떤 심정으로 이런 소송대리를 하고 계신지 그런 심정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이 소송은 무엇보다도 북한, 북한의 수령이라는 사람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그냥 넘기고 세월에 묻혀가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것을 우리 법정에 세워서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 판결을 통해서 천명하고 밝혀야 된다.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6.25가 언제입니까. 70년 전인데 그 평생에 걸친 한을 법정을 통해서 밝혀 드리고 국군 포로가 한 8만 명 정도를 북한이 억류하고 안 돌려보내고 북한에는 국군포로 더 이상 없어, 한 8300명 송환 했는데 나머지 없어 이렇게 하면서 70년을 억류하고 탄광에 강제노동 시키고 강제 결혼시키고 신분차별 하고 그 자녀들도 43호 자식이다 이렇게 해서 신분적인 차별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가 그 분들의 한을 잊어버리고 살아왔죠. 그 분들이 귀환한 분들이 80명인데 연세가 많으니까 다 돌아가시고 지금 열아홉 분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잊혀진 존재가 되면 되겠느냐, 그것은 국가로서도 도리가 아니고 인간의 양심으로서도 도리도 아니고 북한의 이 무도한 행위를 천하에 밝혀야 된다라는 그 생각이 우선적인 생각이겠죠. 그런데 그것을 과연 우리 법정에서 법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나 의문을 많이 표하고 했는데 제가 나름대로 법리적인 것을 검토를 하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또 그런 이론을 법원에 제시하고 해서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또 나아가서 집행까지 하자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김정은이 무도한 불법행위를 그냥 묻혀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천명하고 그 책임을 공개적으로 묻자라는 그런 생각해서 저를 비롯한 우리 국군포로 변호인단 변호사들이 참 혼신의 노력을 다 했습니다.

이런 판결을 받고 추심금 소송을 진행해서 돈을 받아서 그 국군포로 그 분들에게 현금으로 유리 상자에 넣어서 딱 드릴 생각입니다. 그분들의 평생의 한을 위로해 드리고 아 우리 법정에서 이 무도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해서 우리가 정의를 실현했다. 정의를 실현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날이 오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구 변호사님 포함해 탈북 국군포로 소송대리 하신 많은 변호사 분들께서 정말 큰일을 하신 것 같고요. 지금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꼭 좋은 마무리가 돼서 탈북 국군포로 분들의 오랫동안 맺힌 한과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리=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획위원
美 선박 몰수와 대조되는 탈북 국군포로 판결 방치 북한 재판관할권 인정 첫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7월 7일 탈북 국군포로 노모 씨와 한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두 사람에게 각각 2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최초의 판결이었다. 국군포로 외에 납북 피해자, 천안함 폭침,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등 북한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북한내 국군포로 강제노역 시달려

유엔사 자료 등에 따르면 정전협정 후 공산군에 붙잡힌 국군포로 중 8343명만이 인도되고 8만여 명은 북한에 억류됐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수용소를 거쳐 탄광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가장 최근에 파악된 생존자 숫자는 2014년 560여명이다.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20세였다면 90세가 넘어 2021년 현재 생존자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북한은 국군포로들을 억류한 뒤 ‘내무성 건설대’를 조직해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국군포로로 강제노역 건설대가 조직됐다는 사실은 2000년 7월 탈북한 유영복 씨의 증언과 수기집 ‘운명의 두 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건설대는 1701¤1709부대로 나뉘어 각기 다른 지역과 탄광에 분산돼 강제노역을 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은 탄광 노동으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안전장치도 없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차별 속에 지냈다고 몇 몇 탈북 국군포로의 수기에서 증언했다.

북한에서 미송환 국군포로는 ‘43호’로 불린다. 북한 당국이 ‘내무성 건설대’로 편입된 납북 국군포로에게 1956년 내각 명령 143호로 공민증을 발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군포로 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결혼해 자녀를 낳으면 배우자와 자녀도 모두 ‘43호’가 되어 북한 사회에서 유형 무형의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탈북 국군포로들은 전한다.

2010년 이후 끊긴 국군포로 탈북

납북 국군포로 탈북은 조창호 소위가 1994년 10월 처음 성공한 이후 2010년까지 80명이 넘어왔다. 2011년 이후에는 끊어졌다. 2005년과 2017년에도 탈북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특히 2005년 1월 중국까지 나왔다가 붙잡혀 북송된 한만택 씨(당시 73세)의 경우 가족들이 탈북 한 달여 전 한국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보냈으나 외교부 내에서 엉뚱한 부서에 전달돼 탈북 이후 도움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인하고 ‘전쟁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라고만 부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군포로를 이산가족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때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특수 이산가족’으로 분류해 만나도록 했다.

한국 정부는 국군포로가 북한에서 국경을 넘을 때는 직접 개입하지 않지만 북한을 벗어난 뒤에는 ‘재외 국민’ 구조 차원에서 나선다고 한다. 휴전협정상 명백히 ‘국군포로’이고 북한에 생존자가 숱하게 남아 있음이 많은 귀환 포로를 통해 확인됐는데도 보다 적극적인 송환 노력은 하지 않거나 북한 눈치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60년대 초까지 군사정전위 등을 통해 국군포로 송환을 요구했으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철면피에 막혀 사실상 손을 놨다. 북한에 남아있거나 어렵게 탈북해 남한으로 온 국군포로 숫자는 한 해 한 해 줄어들고 있다.

▷푸에블로호 사건이란

미국의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가 1968년 1월 23일 북한 원산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해군 함정과 항공기에 의해 나포됐다. 이후 11개월 동안 29차례에 걸친 북·미 간 협상 끝에 승무원(사망 1명, 생존 82명)은 송환됐다. 북한은 매년 1월23일 평양의 전승기념관에 전시된 푸에블로호를 ‘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승리한 전리품’으로써 주민들에게 공개선전 해왔다

푸에블로호는 명목상으로는 해양조사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소련의 전자정보를 감청 및 수집하고, 청진 원산 등 북한 항구 연안의 북한 해군 활동과 통신 정보를 수집하는 미 해군의 정보수집함이었다.

북한은 1999년부터 평양 대동강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교양을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2013년부터는 평양 보통강변에 위치한 전승기념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과 부모의 배상

웜비어 사망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5일짜리 신년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정부는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웜비어 석방 협상에 나섰다. 2017년 5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 측과 첫 번째 직접 접촉을 했다.

6월 12일 윤 특별대표는 북한을 전격 방문해 웜비어의 석방을 요구했고 13일 송환됐다. 그러나 웜비어는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 받은 직후부터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송환 당시 웜비어는 혼수 상태였다. 웜비어는 귀국 6일 만인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

배상 판결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2018년 12월 24일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약 5억113만 달러(5천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북한의 과거 가혹행위 사례,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 주치의들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웜비어를 인질로 잡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고문해 허위 자백을 하게 했으며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원은 이번 사건이 주권국가를 다른 나라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주권 면제’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미국인을 상대로 불법 가혹행위를 하는 테러지원국의 경우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미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금 회수 노력

웜비어의 부모는 2019년 7월 3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선박 몰수 소송 청구서를 제출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2018년 3월 북한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억류됐다. 미국 검찰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과 선박 수리에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선박을 압류한 뒤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으로 이동시켰다. 중량 톤수 2만7000t, 용적톤수 1만7061t으로 북한이 보유한 두 번째로 큰 대형 화물선이다. 고철값으로만으로도 미화 300만 달러(약 35억)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0월 21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미 재무부 혹은 피지명인이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판결했다. 이는 북한 자산이 미국 정부에 몰수된 사실상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선박이 매각되면 웜비어의 부모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에게 분배될 전망이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소유자는 북한의 송이운송회사와 송이무역회사다.

웜비어의 부모는 와이즈 어니스트 외에 북한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JP모건체이스에 1757만 달러(약 215억원), 뉴욕멜론에 321만 달러(약 39억원), 웰스파고에 301만 달러(약 37억원)를 찾아내 배상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북한이 이들 금융기관에 예치했다가 대북제재법에 따라 동결된 것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찾아 확보하는데는 넘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에 대한 손해 배상금이 어떻게 확보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웜비어 부모의 배상금 회수는 일부만이 이뤄졌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배상금 확보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첫 배상 판결이 나오고 북한 자산이 한국에 있는데도 탈북 국군포로 손해 배상금을 확보하는 문제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 참고 자료 ::


허재석,『내 이름은 똥간나 새끼였다』, 원북스, (2008).
유영복,『운명의 두 날』, 도서출판 WON, (2010).
조창호,『돌아온 사자』,지호, (1995).
김강녕, “한국의 국군포로문제 해결노력과 향후 과제.”『한국과 세계』, 제1권 2호, (2019)
박지수,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과 함의,”『국방과 기술』Vol. 48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