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에선 땅투기 장관 낙마했다 文, “부동산 적폐 청산” 말할 자격 있나 내집 장만 기회 빼앗는 부동산정책 국가에 월세 내는 빈곤국민 만들 텐가
김순덕 대기자
“국민은 사건 자체의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은 탁현민의 쇼처럼 현란하다. 여기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이 물론 요구되지만 지금은 LH 말고도 현 정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땅투기를 했는지 철저히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안산 지역구 보좌관 부인이 3기 신도시 발표 한 달 전에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장관 측은 보좌관만 자르고는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지시대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매달리다간 4·7 재·보선까지 국민 시선만 분산시킬 공산이 크다.
공직자가 공직에 헌신하라고 국가는 혈세로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다(공직자윤리법 2조). 아무리 스스로는 투자라고 믿는대도 공직자가, 또 공직자 될 사람이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건 자신의 업(業)에 헌신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문 정권은 ‘부동산투기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투기는 물론이고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병역면탈까지 5대 불가 원칙을 내세웠지만 투기로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달랑 두 명이다. 투기 의혹이 역력해도 임명 강행된 장관이 수두룩하다.
2019년 임명돼 1년 반 벼슬한 진영 행안부 장관은 의원 시절 지역구인 용산구에서 ‘용산 참사’로 개발이 중단된 땅을 사들인 경우다. 2년 만에 아파트와 상가를 분양받아 2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본인은 용산 개발에 국회의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알 수 없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는 부처와 산하기관 1급 이상 공직자 107명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39명이나 된다(2020년 경실련 조사). 1인당 재산이 신고가액 기준으로 20억 원, 부동산재산은 12억 원이다. 국민 평균치의 무려 4배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 의무는 공직자윤리법에도 이미 들어가 있다. 법과 제도가 미비해 공직으로 사익을 취하는 게 아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 그렇게 엄중하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후보자 시절 의원들에게 국회 임명동의 통과를 잘 봐달라고 부정청탁을 했는데도 왜 처벌받지 않는지 답해야 한다.
결국 부동산투기 의심 장관을 임명하는 문 정권에 문제가 있다. 자기네 편은 부동산투기도 별문제가 아니라는 뻔뻔함이 LH 투기 직원들의 간덩이를 키운 것이다. 공직자윤리는커녕 시민의식도 부족한 장관이 대통령에게는 충성스러울지 몰라도 국민은 불행하다. 김영란법보다 더한 법을 만든대도 우리 편은 괜찮다는 ‘선택적 정의(正義)’ 쉽게 말해 내로남불이 없어지지 않는 한, 문 정권에서 부동산투기는 사라질 리 만무하다.
내 집 장만은 보통사람에게 삶의 보람이고 유일한 재산 형성의 기회였다. 문 정권은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그 기회를 박탈했다. 과정은 불공정했다. 결과는 문 정권 패거리에게만 정의롭다. 이 정권의 5년이 너무 길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